아프리카는 「교통사고」정글…매년 5만명 희생

  • 입력 1997년 1월 11일 19시 55분


「權宰賢기자」 아프리카인의 평균수명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는 에이즈 기아 전쟁 말고도 또 하나가 더 꼽힌다. 바로 교통사고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7억 인구중 대략 5만명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있다. 「자동차 왕국」 미국보다도 1만여명이 더 많다. 미국인구는 아프리카 인구의 35%수준이지만 전체 자동차수가 17배나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입이 벌어질 만한 숫자다. 단일국가만 살펴볼 때도 95년 총차량대수가 32만5천여대에 불과한 케냐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천6백17명에 이른다. 케냐보다 차량이 70배 많은 영국보다 3배나 많다. 교통사고대국이라는 한국도 사망자의 절대수에선 케냐보다 3배가량 많지만 차량수가 25배나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발의 피」다. 그나마 케냐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위를 달리는 것도 통계체계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비아냥이 들릴 정도다. 인구 1천명당 2대의 차를 갖고 있는 말라위에서조차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매년 1천명에 육박한다. 이처럼 아프리카의 교통사고가 일상적 재앙이 된 까닭은 형편없는 도로시설, 열악한 대중교통수단, 교통규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다. 아프리카에서 음주운전을 적발하려면 갈지자로 운전하는 차량이 아니라 일직선으로 주행하는 차량을 단속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도로상태가 엉망이다. 곳곳에 웅덩이가 파여있고 사람과 가축이 아무데서나 끼어드는데다 밤에는 콘크리트바닥이 따뜻하다고 도로위에서 자는 사람들까지 있다.게다가 차량은 대부분 고물들이라 부품조차 드문데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정비라는 단어를 아예 모르고 산다. 여기에 운전면허증은 따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도로표지판은 뜻모를 상형문자에 불과하고 교통경찰관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도 음주운전정도다. 그나마 눈살을 가볍게 찌푸리고 그냥 지나친다. 또 차량정원의 2배초과가 기본이다 보니 크리스마스 주간에만 아프리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이 9백10명에 이를 정도로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로 직결된다. 이쯤되면 아프리카 택시들이 「신의 가호가 있기를」 「희망어린 여행」 「알라에게 믿음을」이란 글귀를 달고 다니는 이유가 이해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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