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 졸업 배이진 씨 등 3명
물리교사 지도받아 고교 2년간 연구
대학-외부기관 도움없이 이룬 결실
“의대보다 연구 좋아 기초과학 전공”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에서 권용준 물리 교사와 졸업생 배이진 씨, 장근영 씨(왼쪽부터)가 최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서울과학고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쓴 블랙홀 관련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대학이나 외부 연구기관의 도움 없이 학생과 교사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로 평가된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배이진(18), 장근영(19), 안건우 씨(19)가 물리 교사 권용준 씨의 지도를 받아 작성한 논문이 이달 과학기술 논문 인용색인(SCI)급 국제 학술지 ‘국제 현대 물리학 저널 D’에 게재됐다. 학계에서는 고교생들이 이 같은 수준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문 제목은 ‘장방정식에서 도출한 제약 조건 없는 블랙홀 열역학 정식화’다. 블랙홀이 열역학 제1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중력장 방정식으로 풀어내는 시도는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였다. 기존 연구는 구 대칭인 블랙홀만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블랙홀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학생들과 권 교사는 엔트로피 변화를 장방정식에 도입해 이 난제를 해결했다. 구 대칭이 아닌 블랙홀에서도 열역학 제1법칙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논문 심사위원들은 “학생들이 정교하고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외부의 도움 없이 학교 교육 시스템만으로 얻은 결실로 평가된다. 서울과학고는 2학년 때 연구 과목인 ‘연구와 교육(R&E)’을 필수 이수해야 하고 3학년 때는 ‘졸업논문’ 과목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세 학생은 선택과목에서 물리학 대학원생 전공수업 수준인 ‘일반상대론’ 수업 개설을 요청해 중력을 공부했다. 고2 1학기부터 연구를 시작한 학생들은 올해 초 고교 졸업 직전까지 연구를 계속 진행하며 논문을 썼다.
배 씨와 장 씨는 올 2월 각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다.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지만 두 학생은 연구가 좋아서 기초과학 분야를 전공으로 택했다.
배 씨와 장 씨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해석을 더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훌륭한 학생들을 만나 박사후 연구원 때 마무리 짓지 못한 연구의 결실을 보게 됐다”며 “제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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