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중국 베이징대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중국 대학은 오전 8시부터 1교시 수업이 시작되지만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했던 터라 전혀 문제가 없었다. 1교시 수업 강의실에는 일찍 도착해서 아침으로 먹은 만두, 전병 등 별로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진동했다. 화장은 고사하고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수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은 촌스러워 보였지만 눈빛은 힘이 넘쳤다.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하는데 이런 이들과 경쟁할 미래가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
2015년에 한 방송에서 ‘슈퍼차이나’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중국의 인구, 지하자원, 머니파워, 소프트파워 등 여러 영역에서의 중국의 성장과 잠재력을 보여줘 당시 많은 한국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런데 그 이듬해부터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코로나19, 윤석열 정권의 등장 등 대내외적인 원인으로 중국과 거리 두기가 계속됐다. 이 기간 중국은 제조업의 부흥을 꿈꾸며 산업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했다. 그동안에도 한국은 중국을 보며 계속 놀라기만 했다.
중국의 창업 장려 정책인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의 허브로 광둥성 선전시가 부상하자 견학을 다녀온 한국 사람들의 반응도 한결같았다. 2026년의 놀람은 더 전방위적이다. 제조업의 부상에 인공지능(AI) 굴기가 더해졌다. 춤추고 달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이미지는 중국이 현재를 건너뛰어 미래로 가 있는 듯했다. 중국은 공대에, 한국은 의대에 미쳤다는 도발적인 다큐멘터리는 당황스러움마저 안겼다.
법률에서도 중국은 6월 1일부터 시행 중인 ‘개정 영업비밀에 관한 규정’에 실패한 연구 성과도 영업비밀의 보호 범위에 포용했다. 7월 1일부터 시행될 외국 투자에 관한 규정은 외국 투자에 관한 관리·감독을 기존의 관할 부서에서 국무원이 통합 조정하는 것으로 승격시켜 해외 진출에 대한 법 규범을 정비했다. ‘공대생의 나라’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놀랄 일이 중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같이 MZ세대 감각으로 무장한 전통차, 훠궈, 마라탕, 후난 음식 같은 중국 먹거리 업소들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곳이 됐다. 최근에는 MZ세대 사이 ‘중티’(중국 느낌)라고 해서 특유의 과하고 화려한 감성이 하나의 취향 코드가 됐다고 한다.
중국에 대해 놀랄 일이 많은 것은 중국의 현실과 우리의 인식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의 놀라움이 가령 샤오미 스마트폰을 보고 ‘대륙의 실수’라며 조금은 안도하는 성격의 것이었다면, 지금의 놀라움은 몰아치는 중국의 실력 앞에 경이로움과 감탄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지금의 중국은 20년 전 베이징대 강의실의 그 살아 있던 눈빛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중국을 보고 계속 놀라면서도 이를 충분히 자성과 성장의 전기로 만들었는지 반추해 볼 일이다. 이제 놀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그렇다면 이는 글로벌 산업 체인에서의 우리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짐을 의미할 것이며, 더 이상 단순히 놀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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