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펌인지, ‘로비펌’인지… 취업 심사는 여전히 유명무실

  • 동아일보

최근 5년간 로펌 취업을 희망한 84개 국가기관 퇴직자들의 취업심사 결과를 동아일보가 전수 분석한 결과 607명 중 482명(79.4%)이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청와대 국회 감사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법무부 국방부 등 8개 핵심 규제·감독·인허가 기관 퇴직자들은 177명 중 169명(95.5%)이 심사를 통과해 전체 평균보다 승인율이 훨씬 높았다.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 출신은 64.9%, 법원 출신 8명은 100% 심사를 통과했다. 전체 퇴직자의 로펌 취업 승인율은 2021년 92%에서 지난해 71.7%로 크게 낮아진 반면에 8개 기관 퇴직자의 승인율은 96.3%에서 97.2%로 높아졌다.

8개 핵심 규제·감독·인허가 기관 출신 공직자들의 로펌행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로펌 업무가 소송 대응에서 입법 컨설팅, 기업 자문으로 확대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이들 기관 퇴직자가 로펌에서 하는 역할은 자신의 ‘연줄’을 활용해 기업이나 이익단체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면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공정위를 접촉하는 식이다. 대형 로펌에선 이를 포함한 자문 업무가 전체 업무의 60%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이 내부의 시각이다. 로비가 로펌의 주업무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로펌에 취업한 옛 상사나 동료가 민원을 전달하면 현직 공무원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정책적 결정의 공정성이 훼손될 여지가 생긴다. 퇴직 공무원이 현직 시절 취득한 정보를 이용할 소지도 있다. 오랫동안 지적돼 온 전관예우의 전형적인 폐해들이다. 퇴직한 공직자가 로펌 등에 취업할 때 과거 근무했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할 소지가 있는지 등을 심사해 취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한 이유다.

하지만 규제·감독·인허가 기관 퇴직자 취업심사에서는 잣대가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로펌의 확대된 업무 범위를 감안하지 않은 채 기존의 기준으로만 심사를 하다 보니 승인율이 유독 높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취업 심사를 대폭 강화해 ‘전관예우’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야 한다.


#로펌#국가기관 퇴직자#취업심사#규제기관#입법 컨설팅#공정거래위원회#전관예우 폐해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