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렸을 때처럼 모든 냄새를 못 맡는 게 아니라 특정 냄새만 못 맡는다면 빨리 병원에 가보세요.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습니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사진)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뇌신경과학회장, 한국화학감각회장을 역임하고 DGIST 후각융합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문 교수는 최근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감각의 뇌과학’이라는 책을 냈다. 기대 수명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치매는 현대 의학으로도 완치가 안돼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문 교수는 “치매는 고치는 약물은 없지만 늦추는 약물은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며 “특정 냄새를 못 맡는 시기는 뇌의 신경 세포가 퇴행을 시작하기 전이므로 병원에 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냄새를 맡는 능력과 치매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발병 초기에 후각 상실을 경험했다. 외국에서는 특히 땅콩버터 냄새를 맡지 못했다. 식빵에 발라먹는 재료 중 딸기잼은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땅콩버터만 못 맡는 환자가 많았던 것.
문 교수는 “감기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처럼 전반적으로 냄새를 못 맡는 게 아니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지만 평소 익숙했던 커피, 김치 등 특정 냄새가 구분되지 않으면 주의해야 한다”며 “최종 확정은 뇌 영상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하지만 일상에서 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정밀 치매 검사는 비용이 높으므로 위험군을 선별하기 위해 특정 냄새로 치매를 진단하는 키트가 국내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오래 뇌 연구를 해온 문 교수는 “뇌의 기능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뇌는 스스로는 정보를 습득할 수 없고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입수한다. 따라서 여러 경험과 학습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줘야 뇌를 늙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문 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필사가 좋다”며 “소리 내서 시를 읽으며 노트에 쓰면 눈으로 보고 손은 움직이고 귀가 자극되고 종이 향도 느낀다”고 했다. 운동장에서 발을 구르고 하늘도 보고 풀 향기 맡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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