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완준]트럼프 방중 코앞에 뚫린 北-中 여객 열차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5일 23시 18분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 철교는 북-중 관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열차들이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이 다리를 수시로 오갔다.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이 열차에 몸을 실었고, 평양을 구경하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좌석을 메웠다. 유엔에 따르면 10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서 수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이 2019년 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2억 달러 가까이로 추정되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95%였다.

▷2020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자 북한이 먼저 국경을 닫았다. 열차는 물론이고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까지 모두 끊겼다. 팬데믹 시기 북-중 교역액은 2019년의 10%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6년 만인 12일 북-중 여객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2022년 화물 열차 운행길만 열린 상태였다. 30일부터는 중국 항공사의 베이징∼평양 노선도 6년 만에 다시 운항한다. 그간은 북한 고려항공만 오가고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 것이 2022년이다.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반길 열차길과 하늘길의 전면 개방은 4년이나 ‘지각’한 셈이다. 사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중 전까지만 해도 북-중은 서로 얼굴을 붉혔다. 2024년 중국의 대규모 지진 때도, 북한의 압록강 대홍수에도 위로 전문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해 북-중 정상이 2018년 다롄 회담 때 함께 산책한 걸 기념한 발자국 동판이 제거되는가 하면, 중국은 대북 제재 준수를 이유로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전원 귀국을 압박했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김 위원장이 핵보유 노선으로 방향을 튼 것이 1차적 원인이었다. 1993년부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해 온 중국이 이를 선뜻 수용할 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도로 밀착한 북-러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위원장은 북-러 관계가 대외정책의 1순위라고 선언했고,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했던 중국이 이를 지지하기는 어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재집권하자 상황이 또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김 위원장에게는 만나고 싶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 13일에도 “김 위원장을 만나는 건 참 좋다”고 했다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1기 때도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먼저 찾았다.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시할 수 있는 핵심 지렛대인 셈이다. 이달 말∼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의 민감한 거래를 앞두고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얻을 카드를 꺼내 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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