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p↑ 시 자영업 이자 6.8조↑…고환율·부채에 통화정책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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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12월 5일 06시 35분


변동금리 비중 63%, 자영업 대출·연체 역대 최대…금리인상 시 충격 불가피
한·미 금리차 확대 속 고환율 압력 지속…부채 부담에 금리 결정 어려운 상황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 연말을 앞두고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고 있다. 2025.11.24/뉴스1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 연말을 앞두고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고 있다. 2025.11.24/뉴스1
금리가 1%포인트(p)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이 6조 8000억 원, 1인당 약 220만 원 증가한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최근 고환율의 배경으로 한·미 금리차가 지목되는 가운데, 그간 높은 가계·자영업자 부채가 기준금리 인상·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대출금리 변동에 따른 자영업자 이자부담 증가 규모’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1%p 오를 때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은 총 6조 8000억 원, 1인당 220만 원가량 늘어난다. 이번 추정치는 올해 2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을 토대로 산출됐다.

금리가 0.25%p 오르면 부담 증가액은 1조 7000억 원(1인당 55만 원), 0.50%p 오를 경우 3조 4000억 원(1인당 110만 원)으로 나타나 금리 변동 폭과 부담 증가가 비례했다.

특히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2.5%)를 미국 금리(4.0%) 수준까지 올린다고 가정하면 충격은 더 크다. 한·미 금리차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1.50%p 인상할 경우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은 10조 2000억 원, 1인당 약 331만 원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통상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미국의 국가 신용도가 한국보다 높아 한국이 외화 유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여서 외화 유출 압력이 커지고 있다. 금리를 올리자니 가계·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이 발목을 잡고, 금리를 유지하거나 인하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정책 운용의 ‘진퇴양난’이 심화되는 구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한국의 신용도가 낮아진 데다 금리도 미국보다 낮아 외화자금 유입이 더 줄어드는 구조”라며 “고환율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지만, 부채 부담 때문에 올리기 어렵고, 그 결과 외화 유입이 줄며 다시 고환율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영업 연체·대출잔액 모두 역대 최대…금리 인하 제약 심화 전망

금리 변동이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이유는 대출 구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의 약 63.4%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변동금리의 경우 기준금리나 시장금리가 변하면 약정 주기(보통 3~6개월)에 따라 대출금리가 자동으로 재산정된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부담이 즉각 늘어나게 된다.

자영업자의 부채 수준이 역대 최고치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은 ‘업종별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3조 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3조 2400억 원)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상반기 평균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잔액도 456조 200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을 합산한 전체 ‘자영업자 대출잔액’ 규모는 1069조 6000억 원에 달한다. 고환율과 대외 불확실성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누적되는 부채는 내년도 통화정책의 주요 제약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가계가 특히 취약한 것도 문제다. 국가데이터처·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4일 공동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종사상지위별 금융부채 보유율은 자영업자 가구가 62.9%로 가장 높았다.

한은은 이미 2021년 분석을 통해 금리 인상 시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분석에서 금리가 0.25%p 오르면 DSR은 37.8%에서 38.3%로, 0.50%p 인상 시에는 38.7%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38% 이상을 대출 상환에 써야 한다는 의미로, 금리 상승 폭이 작아도 상환 부담이 뚜렷하게 커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성훈 의원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실기와 규제 일변도 정책이 시장 불안만 키우며 금리 정책의 운용 여력까지 옥죄고 있다”며 “취약계층의 부실이 금융불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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