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환자 낙상사고 후 8개월 뒤 사망…병원장, 벌금 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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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뉴스1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뉴스1
만취 상태의 환자가 혼자 움직이다 병원 보호실 벽에 머리를 부딪혀 8개월 뒤 끝내 숨진 사고가 난 가운데, 해당 병원장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지현경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A 씨(70대)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3년 9월 6일 오전 5시 53분쯤 경남 양산에 위치한 자신의 병원에서 환자 B 씨의 머리가 보호실 벽에 부딪히지 않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알코올 의존증 진단을 받고 입원하게 됐다. 그는 낙상평가도구 평가에서 ‘낙상위험이 있다’는 결론을 받은 상태였다. 또 만취 상태로 거동이나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사고 당시 그는 소변을 보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왔다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벽에 머리를 부딪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 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이어 인근 요양 병원으로 넘겨졌고, 사고 발생 다음 해인 2024년 5월 9일 끝내 숨졌다.

검찰은 피고인이 원장으로서 간호사 등에게 피해자를 면밀히 간호하게 하고, 낙상 피해를 막기 위한 충격흡수 시설물 설치를 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재판에 넘겨겼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피고인은 병원장으로서 간호사 등의 행위를 일일이 지도나 감독할 의무가 없다”며 “또 이 사건은 피해자가 혼자 침대에서 내려와 걷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 씨는 만취 상태로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B 씨가 있던 입원 보호실 벽은 폼블럭이 붙어져 있었는데 피해자가 부딪힌 부분은 폼블럭이 뜯어져 있던 곳”이라며 “또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간호사를 통해 낙상 사고를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보호실 내 폼블럭을 제때 보수하지 않았고, 호출벨을 설치하지 않았으므로 업무상 주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 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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