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다신 안 쓴다” 불신… ‘탈팡’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일 03시 00분


[쿠팡 3370만명 정보 유출]
온라인에 ‘쿠팡 탈퇴’ 인증 잇따라
모바일 탈퇴 복잡… 6단계 거쳐야
사용자들 “탈퇴도 번거로워” 불만

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2025.12.1/뉴스1
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2025.12.1/뉴스1
회사원 장해림 씨(29)는 1일 오전 쿠팡에서 탈퇴했다. 회원 337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는데도 회사가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이나 보상을 내놓지 않은 데 실망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거의 매일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를 이용해 온 그는 “당분간 저녁마다 동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도시락을 쌀 계획이다. 쿠팡은 다시는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장 씨처럼 ‘탈팡’(쿠팡 탈퇴하기)이나 ‘갈팡’(쿠팡에서 갈아타기)을 결심한 이용자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주부 최모 씨(63)는 지난달 30일 자녀의 권유로 탈퇴 절차를 밟고 대체 이커머스를 찾고 있다. 그는 “사건 이후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메시지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박모 씨(33)는 “가족과 아이디를 공유해 쓰는데 집 주소는 물론 공용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 같아 걱정돼 탈퇴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탈퇴 인증글 등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대체 쇼핑몰을 추천해 달라” “그동안 쿠팡에 너무 의지했던 것 같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자영업자도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지영 씨(57)는 “평소 햄이나 꽁치통조림 등 간편 식품과 고무장갑, 배달용 비닐, 용기 등을 전부 쿠팡에서 구매했는데,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당분간은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자영업자는 “가게 운영하기도 바쁜데 시장에서 공산품을 사 오거나 아예 쇼핑몰을 옮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탈퇴’ 메뉴까지 찾기 어렵게 설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쿠팡 고객센터에 따르면 모바일 앱에서 계정을 탈퇴하려면 ‘마이쿠팡’의 ‘회원정보 수정’을 누른 뒤 ‘PC 버전으로 이동’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 PC 화면에서 ‘본인 확인’, ‘이용 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설문은 ‘쿠팡에 바라는 점’을 적는 주관식 답변이 필수다. 총 6차례가 넘는 과정을 거쳐야 탈퇴할 수 있는 셈이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멤버십을 먼저 해지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이모 씨(55)는 “이미 5개월 전에 털린 정보라 탈퇴해도 소용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탈퇴하는 게 마음이 나아서 시도했다”며 “그런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단계가 계속 나오고 마지막에는 꼭 주관식 의견을 쓰라고 해서 굉장히 번거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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