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시장 침체는 사옥 마련할 기회
매각이 용이한 건물인지 검토해야
전용률 낮으면 수익성 떨어질 수도
명도 분쟁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양희석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연구위원Q. 중견기업 대표 A 씨는 최근 사옥 매입에 관심이 생겼다. 가파르게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꼬박꼬박 월세를 내기보단 대출을 받아 사옥을 사고 이자를 내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A. 2017년부터 시작된 빌딩 투자 붐은 2019년까지 이어졌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풍부한 유동성과 초저금리 기조는 부동산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후 2022년부터 금리가 오르며 부동산 가격은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지 못한 채 소폭 등락만 반복하고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 임대 수익용 빌딩의 수익률은 상당히 저조한 상태다.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에 비해, 임대료는 그만큼 상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빌딩 매매 시장은 임대료 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용 수요보단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파킹용’ 또는 직접 사용을 목적으로 한 수요가 많은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옥을 꿈꾸는 대표들에게는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법인은 부동산을 매입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아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 수밖에 없는데, 지금처럼 거래가 많지 않은 시장에서는 매물을 차분히 검토하고 협상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무실 임차 비용을 줄이고픈 법인 대표들 사이에서는 사옥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법인도 ‘내 집 마련’ 시 개인처럼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사옥을 매입할 때는 아래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사옥을 살 땐 반드시 매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호한 기준으로 선택하면 뜻하지 않은 실수를 할 수 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일이 생길 수 있고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매각할 수 있어야 시간에 쫓겨 급매물이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매각이 용이한 지역인지, 매각에 쉬운 규모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당 지역의 거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매물은 쉽게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되도록 거래가 활발한 중심 지역의 매물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예산 문제 등으로 중심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면 현재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물건의 금액 규모가 과거에도 거래된 사례가 있는지를 미리 살펴보는 것이 안전하다.
다음은 건물의 외관에 현혹되지 말고 전용률(건물 전체 면적 대비 전용면적)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회사에 걸맞은 아름다운 사옥은 누구나 원하지만 내부 공간이 비효율적이라면 향후 매각 시 손해를 떠안게 될 수 있다. 주변 건물 대비 전용률이 낮다면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
마지막은 건물 명도 문제를 잘 따져봐야 한다. 사옥 역시 상가와 마찬가지로 기존 임차인의 명도가 필요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만이 아니라 업무 시설의 임차인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법의 취지는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넘거나 임차료 연체 등 귀책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을 억지로 내보낼 수 없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남아 있거나 갱신요구권을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있는 건물을 사옥으로 삼고 싶다면 적절한 보상 및 합의를 통해 명도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 임차인들과의 계약 관계도 모르고 유대 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건물을 먼저 사고 협의하려 하면 큰 고초를 겪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명도 책임을 매도자가 질 수 있는지 사전에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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