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20년 이끈뒤 ‘프리츠커 건축상’ 총괄 맡은 루카다지오
“예술가와 소통-조율 매력적
어떤 일이든 항상 변수 생겨
겁내지 말고 대화로 풀어야”
마누엘라 루카다지오 프리츠커 건축상 총괄 디렉터. 세계적인 미술·건축 행사를 수십 년간 운영해 온 그는 모든 디테일을 챙기는 ‘통제 중독자(control freak)’지만 변수에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양면성을 갖췄다고 자신을 묘사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세계 최대 현대미술 전시’ 베니스 비엔날레는 메인 전시 참여 작가만 400여 명. 세계 65개국 파빌리온(전시장)을 꾸리는 각국 큐레이터와 작가팀을 더하면 600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20여 년을 일하며 미술, 건축 전시 총괄 디렉터로 수많은 변수를 관리하고 갈등을 조율해 온 이가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의 총괄 책임자이기도 한 마누엘라 루카다지오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 주요 인사 초청(K-Fellowship)’을 통해 최근 한국을 찾은 그를 1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루카다지오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성장한 배경이 ‘다양성’과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문화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이 바로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것. 그는 “베니스는 동서남북, 심지어 실크로드까지 연결하던 ‘가교’였고, 그렇기에 비엔날레가 열리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며 “19세기 단 1개의 전시장에서 지금의 규모로 성장한 비결”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자란 루카다지오는 건축사학 박사로 건축 역사를 연구하고 오래된 건축물을 복원하기도 했다. 미술관에서도 일하던 그는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20여 년을 비엔날레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한 번 해볼까?’라고 시작한 일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 됐다”며 “역사도 흥미롭지만, 살아 있는 예술가와 소통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나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호기심을 갖고 알아보기를 좋아하는 루카다지오는 자신이 받은 영향 중 하나로 나폴리의 문화를 꼽았다.
“나폴리는 오랜 시간 동안 그리스부터 아랍, 노르만 등 다양한 문화가 거쳐 갔고, 그 흔적이 도시에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그 덕에 도시적이면서 도시적이지 않은 양면성이 있죠.”
어느 길에서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 수 있는, ‘공적’이면서 ‘사적’인 특징이 있다고. 그런데 이번 방한으로 돌아본 한국의 모습에서 나폴리와 비슷함을 느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래된 건축물부터 근대 건물, 무척 현대적인 초고층 건물까지 한자리에 있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거리의 사람들 표정에서도 활기가 느껴지며 한국 문화가 역동적이라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실감했지요.”
그는 2021년부터 프리츠커 건축상의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건축상의 심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데, 지난해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루카다지오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상황을 묻자 그는 “자세한 것을 밝힐 순 없지만, 리켄이 말했으니 내가 전화한 것이 맞다”며 “누군가의 ‘인생 뉴스’가 될 소식을 전하게 돼 나도 긴장하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일정은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 예술을 알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각기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수십 년간 조율해 온 그에게 ‘중재’의 비결을 묻자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대화를 하라.”
“비엔날레든 상이든 큰 행사에는 먼저 철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늘 변수는 생기고, 그때마다 최고의 해결책은 대화였어요. 또한 큰 어려움이 닥친 일은 늘 최고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것을 겁내지 말고, 대화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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