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쇼크 본격화…건설업계 “분양가·재건축 사업성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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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레미콘’ 수입 의존도 높은 원자잿값 불안
“건축비 상승 유발…원자재 조달 비용 완화 필요”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진행 단지에서 공사 차량 등이 오가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진행 단지에서 공사 차량 등이 오가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 건설 자재 가격이 올라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이어지는 고환율은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에 마감됐다. 이는 4월 9일(1472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환율 상승은 철근·레미콘 등 국내 건설업계가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며 공사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최근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3.3㎡ 2000만 원을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 3.3㎡(평)당 평균 4703만 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도 비용 상승 흐름을 뒷받침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1월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입 중간재 물가지수는 121.8로 전년 대비 4.0% 올랐고, 수입 생산재 물가지수도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한 9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66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500원을 넘는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공사비 단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입 자재가 연 단위 계약인 경우가 많아 당장 급등하지는 않지만, 환율이 고수준으로 지속되면 비용 인상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 수요 자체도 부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6762가구로 한 달 전보다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도 2만 7248가구에 달해 시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입 자재는 연 단위 계약 방식이 많아 당장 공사비가 급등하진 않지만, 환율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비용 인상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 부담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한다. 사업 지연은 건설사 수주 감소로 이어지고, 이 경우 건설업 전반의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가 환율 변동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환율은 건축비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분양가 상승 압력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 사업성 약화, 신규 공급 지연,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고환율이 단순히 건설업 경기 둔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공급 시스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원자재 조달비 완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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