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항공·철강 등 달러 의존도가 큰 업종은 원유·유류비·원료탄 등 핵심 비용이 대부분 달러로 결제돼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먼저 정유업계는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전량 해외에서 달러로 도입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원유 도입비 증가로 직결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약 1544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 특성상 석유제품 대부분을 달러로 수출하는 구조여서 원가 증가가 매출 증가로 일정 부분 상쇄되는 측면도 있다”며 “환율 리스크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화 자산과 부채를 유사한 수준으로 관리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의 경우 타격이 크다. 유류비와 정비비 등 주요 비용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의 올해 상반기 유류비 지출은 3조 4286억 원으로 전체 비용의 28%를 차지했고,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30%인 1조 1987억 원, 제주항공은 31%가 유류비였다. 중정비 상당 부분을 해외 정비업체나 항공기 제조사에 의존하는 항공사들은 정비비 역시 달러로 지출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누적된다.
다만 항공사들은 통화·이자율 스와프 계약과 같은 헤지 전략을 활용해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평가 손실을 일부 상쇄하고 있으며, 내년 사업계획 수립 시 환율 변동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이 원가에 바로 반영된다. 여기에 미국의 50% 부품관세 부담과 시황 부진까지 맞물리면서 부담이 이중으로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철강 시황이 좋지 않아 수출 가격 자체도 많이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환율이 높아지면 원자재 수입에 어려움이 커진다”고 전했다.
이어 “수출 가격도 달러 기준으로 형성돼 자연적인 환헤지가 이뤄져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된 29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정부는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기간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은 15일 범위 내에서 무비자로 입국해 관광할 수 있다. 2025.9.29/뉴스1
유통업계 “고환율 장기화 시 부담 커져…업종별 체감 강도 크게 달라”
유통업계에서는 특히 면세점의 타격이 크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오르면 해외 대비 국내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다. 이른바 ‘로컬비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매출 감소로 직결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면세점은 여행 수요 변화가 매출에 즉각 반영되는 만큼 민감도가 가장 높다.
면세점 내부에서는 기준환율을 적용해 원가율을 산정하는데, 환율이 상승하면 이 기준환율도 함께 오른다.
달러로 직결되는 수입 브랜드는 물론, 국산 브랜드(토산품)의 경우에도 매입 원가 상승폭이 판매가에 반영되면서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지고,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일단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며 “다만 현재 환율의 영향인지, 10월 연휴가 끝난 후의 감소 추세인지 확실치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나 중·일 관계악화로, 중국인 ‘fit 고객’(개인여행객)이 국내에 많이 유입되고 있어, 중국몰 관련 매출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업계도 원단과 부자재 등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 시 원가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다. 특히 수입브랜드 중심의 업체들은 영향을 크게 받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수입 비중이 약 30% 수준이라 환율 상승이 이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패션산업의 특성상 6개월 선매입 구조가 있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고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해외 매출 비중이 큰 회사들은 환전 이익으로 일부 상쇄가 가능해 환율 영향이 기업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호주산 와규. 2025.11.14/뉴스1
곡물 대부분 수입…원가 부담 뚜렷하지만 해외 매출로 상쇄되기도
식품업계는 고환율이 빠르게 원가에 반영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이 31.8% 수준에 그쳐 밀, 대두, 옥수수, 원당 등 대부분을 해외에서 달러로 조달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후 이익이 13억 원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삼양식품 등 해외 매출 비중이 큰 회사는 달러 매출 증가로 일부 상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