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받는 주주환원… 올해 배당 17조, 5년새 최대

  • 동아일보

본보, 코스피 상장사 812곳 분석
3분기까지 121곳 분기-중간배당
배당규모 작년보다 20% 늘어나… 현대차 24% 늘려 1조9581억
“장기투자-기업가치 제고 도움”

HD한국조선해양은 3분기(7∼9월)까지 총 2263억 원을 분기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19년 설립 이후 지난해 첫 결산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도입했다. 조선업 호황으로 수주 잔액(남은 일감)이 5년 치를 넘어서자 주주환원 확대에 나선 것. 지난해부터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시행에 나선 LG전자도 올 7월 창사 이래 첫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국내 기업들이 올해 9월까지 실시한 분기·중간 배당 규모가 최근 5년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말 결산 후 연 1회 배당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분기별이나 회계연도 중간에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새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증시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자 기업들도 주주환원을 강화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9월 말까지 배당액 17조 돌파

19일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812개사의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까지 121개사가 누적 기준 총 17조7370억 원을 분기·중간배당으로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기업 수는 20개사, 배당 규모는 19.8% 증가한 것으로 2021년(91개사, 12조997억 원) 이후 5년 새 최대치다. 이에 힘입어 연간 배당금 자체도 증가세로, 2021년 39조5421억 원에서 지난해 46조4821억 원으로 17.6% 늘며 4년 연속 상승했다.

확대를 주도한 기업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올해 9월까지 1조9581억 원을 배당하는 등 배당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23.8% 늘렸다. 증액 규모(3766억 원)로 단연 코스피 상장사 중 최대다. 현대차는 2023년 배당 재원을 잉여현금흐름(FCF) 30∼50%에서 상대적으로 금액이 큰 순이익 25% 이상으로 변경해 실질 배당을 확대했다.

SK하이닉스와 현대모비스도 배당 확대 행렬에 동참했다. 9월 기준 SK하이닉스는 누적 7772억 원을 배당해 전년 동기 대비 25.4% 늘렸으며 현대모비스도 1339억 원을 배당해 전년 대비 48.7% 증가시켰다. 올해 처음으로 중간 배당을 실시한 포스코인터내셔널(1449억 원·중간배당) 등 2021년 이후 새롭게 분기·중간배당에 나선 기업도 35개사에 달한다.

● 배당 확대 가속, 장기투자 유치 기대 높아져

기업들의 배당 확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낮추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기업들의 배당 확대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분기·중간배당은 연 1회 배당보다 투자자 체감도가 높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재계에서는 배당 확대가 단기 차익 중심의 국내 투자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배당을 선호하는 만큼, 기업 가치 제고와 장기 투자자 유치를 위해 주주친화적 정책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춘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해외는 분기배당이 일반적이고 장기 투자자가 많지만, 한국은 주식 회전율이 유독 높다”며 “회계연도 중 배당 확대로 장기 투자자가 늘면 기업 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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