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의 재건축이 끝난 아파트들이 시그니엘 서울에서 보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55채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우성4차아파트. 이달 12일 전용 115㎡ 매물이 직전 최고가(25억 원)보다 2억8000만 원 높은 27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단지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은 원래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수요가 묶였는데 이번에 서울 전역에 같은 규제가 적용되면서 조건이 같아졌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재건축 진행 기대감도 반영돼 현금 있는 매수자가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4주 만에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도입한지 약 한달 만이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 역시 줄어들며 소수의 상승 거래가 통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주만에 다시 오름폭 커진 서울 아파트값
17일 서울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0.17%)보다 0.2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둘째 주(13일 기준) 0.54%를 정점으로 상승폭이 줄다가 4주 만에 커졌다. 부동산원 측은 “매수 문의가 줄고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재건축 추진단지 및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상승거래가 체결돼 서울 아파트값이 전체적으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특히 10·15대책 전부터 규제지역이었던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모두 상승폭이 커졌다. 송파구는 전주(0.47%)보다 0.53% 오르며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어 용산(0.38%), 강남(0.24%), 서초구(0.23%) 순이었다.
성동구(0.37% →0.43%)도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행당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는 “인근 전용 59㎡가 최근 15억8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전보다 1억 넘게 오른 것”이라며 “상승세가 좀 주춤하긴 했지만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오른 호가에 거래가 종종 된다”고 전했다. 특히 25억 원 초과는 2억원, 15억 원 초과는 4억 원 등으로 대출규제가 차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더 많이 나오는 중소형 평형으로 수요가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영등포구(0.26%) 역시 신길·영등포동 중소형 평형에서 주로 올랐다.
●“거래 급감했지만 매물도 줄어들어”
3일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에 나와있는 부동산 매물 모습. 뉴시스노원구가 전주(0.01%)보다 0.06% 오르는 등 9억 원 이하 주택이 많은 도봉(0.05%) 강서구(0.18%) 등도 오름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14일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0단지 전용 58㎡은 6억1500만 원에 거래됐다. 9월 말 거래(5억5800만 원)보다 약 6000만 원 오른 가격이다.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 전용 34㎡은 6일 6억1000만 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달 초 5억 원 초반에 거래되던 것보다 5000만 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이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실거주하려는 수요가 계속 있다보니 규제 시행에도 집주인이 6억 원 이하로 호가를 내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03건으로 10월 8194건에 비해 90% 이상 줄어들었다. 아직 11월이 끝나지 않았고, 토지거래허가와 거래 신고 등에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 역시 줄어들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1790건으로 한달 전(7만1656건)에 비해 13.8% 감소했다. 전세를 낀 매물은 토지거래 허가를 받을 수 없고, 대출도 어렵다보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한 영향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갭투자’를 차단한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거래 가능한 매물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다만 총 거래량 자체는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가격이 내려가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 계획을 공개하더라도 실제로 입주하는 데까지는 5~6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며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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