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올 9월 말까지 21조 원이 넘는 누적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비이자이익, 영업외손익 등이 급증하며 아홉 달 만에 작년 한 해 순이익에 근접했다.
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 1~3분기(1~9월) 국내 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1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조3000억 원) 늘었다. 9개월간의 순이익이 작년 한 해 순이익(22조4000억 원)의 94%에 이른다. 지난해 은행 순이익이 역대 최대치였던 점을 고려하면 연말 시점의 누적 순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자이익은 44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3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환·파생 관련 이익이 늘면서 비이자이익이 1년 전 대비 18.5%(1조1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외손익도 1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ㅡ1조6000억 원)보다 3조1000억 원 늘었다. 은행들이 작년 상반기(1~6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를 배상하기 위해 1조40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충당금)을 쌓았는데, 이것이 사라지면서 1년 새 영업외손익이 급증하는 기저효과가 나타났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포용금융(금융 접근성 제고)’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 간 70조 원을 취약계층 지원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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