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항생제 효과 없는데…국민 72% “치료에 도움” 잘못 인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0일 14시 30분


63%는 의사 처방 안따르고 복용 중단…오남용으로 내성 우려

국민 10명 중 7명은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 치료제로 바이러스가 주원인인 감기에는 효과가 없다. 전문가들은 항생제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복용이 항생제 내성 문제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20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 항생제 내성 인식도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는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항생제의 쓰임을 묻는 질문에 ‘세균 감염 질환’을 고른 응답자는 22.6%에 불과했다. 과반(58.1%)은 세균 감염 질환과 바이러스 감염 질환 모두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바이러스 감염질환에만 효과가 있다(10.2%)거나 잘 모르겠다(9.1%)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항생제 사용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63.4%는 증상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처방받은 항생제 복용을 중단했고, 16%는 이전에 처방받았던 항생제 등을 집에 두다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고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내성이 생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의사에게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25.1%였다.

의사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89.1%가 항생제 내성을 공중보건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로 평가했다. 91.2%는 자신이 항생제 사용 진료지침에 충실한 항생제 처방을 하고 있다 자신했다. 하지만 5명 중 1명(20.8%)은 감기 등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환자의 요구(30.4%), 환자의 증상 악화 우려(24.0%) 등을 꼽았다.

항생제 내성은 오남용으로 약에 내성이 생긴 세균이 많아지면서 발생한다.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항생제 내성을 세계 10대 건강위험으로 선정하고 2050년까지 전세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직접사망이 3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하루 항생제 사용량(31.8DID)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으며 항생제 내성 위험이 또한 높다. 질병청은 지난해부터 300병상 이상 병원을 대상으로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사업(ASP)에 착수했다. 의사, 약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항생제 처방의 적정성을 직접 관리 중재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항생제의 용도와 적절한 사용법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사에게 항생제를 요구하거나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잘못된 사용법”이라며 “특히 항생제 선택은 전문가가 증상과 경과를 보고 판단해야 하므로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약을 알아서 먹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항생제#감기#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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