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저우 BYD 공장 24시간 ‘불꽃’
자체 연구소 11개, 연구원 12만명
자급자족 밸류체인, 생산비 절감
가성비-공정속도로 한국 車 압박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비야디(BYD) 공장에서 팔 형태의 로봇들이 차체를 용접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용접 작업의 98%를 이 같은 로봇 팔 총 2400여 대가 대신한다. BYD코리아 제공
13일 오후(현지 시간) 곳곳에서 불꽃이 튀기는 중국 정저우(郑州) 비야디(BYD) 공장의 한 용접 라인. 갈퀴 모양의 로봇 팔 1000여 대가 스탬핑 라인으로부터 갓 넘어온 트렁크 커버 등 각종 차체 조각을 용접하고 있었다. 사람 키 2∼3배의 이 로봇 팔 총 2400여 대가 밤낮없이 용접 작업의 98%를 대신하는 덕분에 사람은 검수 등의 단계에만 개입한다. 서울 여의도 크기의 약 4배(10.67km2)에 달하는 이 공장에서는 무인화 위주의 초 단위 공정으로 시간당 50대의 전기차를 말 그대로 ‘찍어내고’ 있었다.
이 같은 공정 규모와 속도를 앞세워 비야디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전기차는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점유율 10%를 목전에 두는 등 한국 자동차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 연구원만 12만 명에 대부분 부품 자급자족
규모 못지 않게 정저우 공장이 자랑하는 것은 원가를 절감하는 ‘자급자족’ 밸류체인이다. 정저우 공장은 완성차, 차량 부품, 배터리 등 크게 3가지 생산 구역으로 나뉜다. 배터리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량용 배터리가 바로 완성차 조립 라인으로 배달되는 식이다. BYD는 타이어, 유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생산해 잇따르는 글로벌 공급망 변수에도 거의 타격을 받지 않는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의 수출 통제 여파로 최근에도 일본, 독일 자동차 업체의 생산 중단이 현실화됐지만 중국은 이 같은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뜻이다.
더 위협적인 건 연구개발(R&D) 공세다. 자체 연구소만 11개인 BYD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많은 12만 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R&D 투자 비용만 약 5조83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5분 충전만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플래시 충전’ 기술이다. 실제로 13일(현지 시간) BYD 정저우 서킷 앞 주차장에서 씨라이언8에 이 충전이 시연되자 최대 1000kW 속도로 1분 만에 24%가 채워졌다.
이런 수직계열화, 투자로 이뤄낸 ‘압도적 가성비’로 BYD는 2022년부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라선 뒤 자동차 종주국인 유럽에서마저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신차 시장에서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늘어난 5.1%로, 벤츠(5.2%)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MG 등 중국 자본이 인수한 서구권 업체들의 점유율까지 합치면 9%에 달한다.
● 무한경쟁 中 전기차, 소비자 대응도 기민
중국 전기차 업계는 업체 수가 129개나 되는 무한경쟁 구도 때문에 소비자 대응 속도도 기민하다. 한국과 중국 업계를 모두 겪은 몇 안 되는 현지 교민 종사자들은 이 차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있다가 3년 전 중국 선전으로 넘어와 전기차 전장 부품 업체에서 일하는 40대 윤모 씨(가명)는 “중국은 소비자들 불만이 있으면 6개월 안에도 차량 인테리어 디자인을 바꿔 다시 내놓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 씨는 “업체 규모에 관계없이 신차 하나하나에 생존이 직결돼 사활을 거는 절박함만은 한국이 절대 따라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데이비드 딩 BYD코리아 대표도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온 한국 소비자 의견을 매주 직접 보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中전기차 3~4곳 추가 진출땐 韓시장 격변”
中전기차의 위협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BYD와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등도 ‘129개 무한경쟁 구도’의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11∼14일(현지 시간) 중국 현지에서는 전부 알아보긴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자국 브랜드 전기차가 도로 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현대차·기아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2030년엔 중국 전기차 업체 129개 중 15개가량만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 전망될 정도로 살인적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키운 중국 전기차 업계의 ‘한국 침공’도 시작됐다.
올해 한국 전기차 시장에는 BYD가 가성비를 앞세워 중국 업체들 중 가장 먼저 안착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산(5만1535대)이었다. 전년 동기(2만4977대)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가 BYD뿐인 만큼 이는 거의 BYD만의 실적이다.
중국 업체가 서너 곳만 한국 시장에 더 들어오더라도 국내 전기차 업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게 양국 업계를 경험한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BYD는 현지에서도 가성비 이미지라 고급 모델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은 끌지 못한 편”이라며 “상위 포지셔닝의 지커, 샤오펑 등이 진출하면 업계가 더 많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중국 업체들의 진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