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에서 비트코인 모형이 놓인 바닥에 코인 시세 그래프가 비치는 모습. 2025.7.23/뉴스1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이 약 한 달 만에 올해 상승분 30%를 모두 반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親)가상화폐 기조에 대한 시장의 열기가 식은 데다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회피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개당 9만4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승리 이후 금융시장이 랠리를 펼치던 지난해 말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친가상화폐 기조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 7만440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빠르게 반등하며 지난달 6일 12만625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00% 추가 관세 방침을 밝히면서 급락이 시작됐다. 이 여파로 사상 최대 규모의 청산 사태가 발생했고, 시장 전반의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이후 비트코인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흐름을 보이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한 달 동안 ETF 운용사와 기업 재무부 등 주요 매수 주체들이 조용히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비트코인을 끌어올렸던 자금 유입 기반이 약해진 데다 기술주의 조정으로 전반적인 위험 선호도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전문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의 매슈 호건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시장 전반은 위험 회피(리스크 오프) 분위기”라며 “가상화폐는 그 신호탄으로, 가장 먼저 움츠러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를 이끌던 기술주 주가는 인공지능(AI) 거품론 확산에 떨어지는 등 주식 시장에서 위험 선호 심리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핵심 축이었던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도 줄어들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 ETF에는 25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되며 운용자산이 최대 1690억 달러 수준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 비트코인 매수하던 기관 수요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데이터분석업체 난센의 제이크 케니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도는 장기 보유자의 차익 실현, 기관 자금 이탈, 거시적 불확실성, 레버리지 롱 포지션의 청산이 겹친 결과”라며 “장기간 박스권 흐름이 이어진 뒤 시장이 일시적으로 하락 방향을 선택한 것이 분명하다”라고 평가했다.
탈중앙화금융(DeFi) 전문 업체 에르고니아의 크리스 뉴하우스 리서치 디렉터는 “시장에는 늘 흥망이 있고, 가상화폐의 사이클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지인들, 텔레그램 커뮤니티, 각종 콘퍼런스 분위기를 보면 자본 투입에 대한 전반적 회의감과 뚜렷한 상승 모멘텀 부재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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