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겐 ‘죽음의 벽’… 글로벌 유리 업계, 조류 친화 유리 기술 개발 확산

  • 동아경제

도심 유리에 매년 수억 마리 조류 희생
조류 친화 유리, 글로벌 건축 기준으로 부상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지난 11일 ‘구해조(鳥) kcc글라스’ 캠페인 참여자들이 강동숲속도서관에서 조류충돌방지스티커 부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구해조(鳥) kcc글라스’ 캠페인 참여자들이 강동숲속도서관에서 조류충돌방지스티커 부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새들에게 투명한 유리는 종종 ‘죽음의 벽’이 된다. 미국 전역에서는 매년 약 3억6500만에서 최대 10억 마리의 새가 건축물 유리창에 충돌해 목숨을 잃는다. 특히 2023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하루 밤새 1000여마리의 철새들이 대형 건물 외벽 유리에 부딪혀 대거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국립생태원이 2019년 환경부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약 800만 마리의 야생조류가 건축물 유리나 방음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2022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공공건축물에 대한 피해 저감 조치를 의무화했다.
KCC글라스가 최근 출시한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세이버즈(SAVIRDS)’.
KCC글라스가 최근 출시한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세이버즈(SAVIRDS)’.

야생조류 충돌을 막기 위한 기술적 대응도 진화하고 있다. 국내 대표 유리 제조 기업인 KCC글라스는 최근 국내 최초로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신제품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 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을 활용해 유리 표면에 가로 5cm, 세로 5cm 간격으로 8mm 크기 원형 패턴을 새겨 조류가 유리를 투과할 수 없는 장애물로 인식하도록 해 충돌을 예방한다.

세이버즈는 미국조류보호협회(ABC, American Bird Conservancy)가 주관한 조류 충돌 저감 시험에서 기준 이상의 요건도 충족했다. 국내 유리 제품으로는 최초다. 외부 요인으로 쉽게 훼손될 수 있는 스티커나 필름과 달리, 세이버즈는 유리 자체에 패턴이 새겨져 있어 반영구적인 유지가 가능하다. 또한 로이(Low-E) 코팅을 더해 높은 단열 성능까지 확보할 수 있어 조류 보호와 함께 에너지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활동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캐나다, 독일, 벨기에 등 여러 국가와 도시에서는 야생조류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프랑스의 글로벌 건축자재 그룹 생고뱅(Saint-Gobain), 일본의 아사히글라스(AGC) 등 글로벌 유리 제조 기업들도 내구성과 단열성을 갖춘 조류 충돌 방지 유리를 적극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지난해 ‘구해조(鳥) kcc글라스’ 캠페인 참여자들이 아차산숲속도서관에서 조류충돌방지스티커 부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구해조(鳥) kcc글라스’ 캠페인 참여자들이 아차산숲속도서관에서 조류충돌방지스티커 부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해외 유명 건축물에는 조류 충돌 방지 유리가 적용되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 박물관’은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유리를 외장에 사용해 조류 충돌을 방지하는 동시에 건물 옥상을 생태 공간으로 조성해 철새 도래지 내 건축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브루클린의 5성급 호텔 ‘1 호텔 브루클린 브리지’는 2022년 일부 유리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부착했고 모니터링 결과 조류 충돌이 50% 이상 감소했다. 맨해튼의 ‘제이콥 K. 재비츠 컨벤션 센터’도 2014년 리모델링을 통해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유리를 적용해 조류 충돌률이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도심 속 야생조류 충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글로벌 건축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며 “KCC글라스는 야생조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유리의 개발 및 확산과 더불어 야생조류 충돌의 심각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KCC글라스는 생물다양성 보전 캠페인인 ‘구해조(鳥) KCC글라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야생조류의 충돌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축물 외부 유리에 조류충돌방지스티커를 부착하고 ‘구해조 KCC글라스 조류친화건축물’로 인증하는 활동이다. 현재까지 강동숲속도서관, 아차산숲속도서관 등 총 4곳을 인증했으며 세이버즈 출시와 함께 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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