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다카이치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도쿄=AP/뉴시스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해 대만을 돕겠다’는 뜻을 밝힌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를 향해 8일 “멋대로 들어오면 목을 베겠다”는 극언을 퍼부었다. 영사급 외교관이 타국 정상에게 ‘참수’를 시사하는 극단적 발언을 하자 일본 내 반(反)중국 여론 또한 확산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10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집단자위권 발언을 철회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일축했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의 개인 게시물에 논평하지 않겠다. (오히려) 일본에서 중국 외교관을 겨냥한 극단적이고 위협적인 발언이 존재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맞섰다.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쉐 총영사는 8일 ‘X’에 집단자위권에 관한 하루 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게재한 후 일본어로 “멋대로 밀고 들어온 그 더러운 목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 각오는 되어 있는가”라고 적었다.
그는 논란이 일자 이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9일에도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며 “이성적으로 대만 문제를 생각하고 패전 같은 민족적 궤멸을 당하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다른 글에서는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라는 인식이 “명백한 내정 간섭이자 주권 침해”라고 했다. 다만 10일 오후 이 글들은 모두 삭제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10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해당 발언의 철회 계획을 묻자 “특별히 철회하거나 취소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같은 날 쉐 총영사의 글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며 불만을 표했다. 일본 측은 중국에 이미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일각에서는 쉐 총영사의 추방을 요구하는 여론도 등장하고 있다.
2021년 부임한 쉐 총영사는 과거 중의원 의원들에게 “대만과의 모든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논란을 불렀다. 이스라엘과 나치 독일의 공통점을 열거한 글을 올려 이스라엘 측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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