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았다 일어날때 현기증 나면, 혈류 저하로 인한 실신성 증상
빙글빙글 돌면 회전성 어지럼증… 하체 운동-충분한 수분섭취 중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이태규뇌리신경과 의원에서 김경준 원장이 프렌젤 고글을 이용한 눈떨림(안진) 검사로 어지럼증 환자의 원인을 진단하는 모습. 이한결 기자always@donga.com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는 물론 일상에서 산책하다가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순간적으로 의식이 흐려지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운전 중이거나 중대한 작업 중에 갑자기 이런 어지럼증이 찾아오면 불편함을 넘어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지럼증은 생활 속에서 종종 경험하는 증상이기 때문에 피로 누적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컨디션 문제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귀의 평형기관은 물론이고 혈압이나 뇌혈관, 자율신경 등의 이상을 알리는 중대한 신호일 수도 있다.
김경준 이태규뇌리신경과 원장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뇌 질환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대표적인 의원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의 김경준 원장으로부터 어지럼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의학적으로 어지럼증은 어떤 증상을 말하나.
“우리 몸은 뇌로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균형을 잡는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 정보, 귀에서 뇌로 연결된 전정신경계를 통한 머리와 안구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 말초신경과 척수에서 소뇌까지 연결되는 고유감각계를 통한 우리 몸의 자세, 위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뇌에서 통합되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가 잘 통합되지 않아서 비정상적인 공간 감각을 느끼거나 균형 감각이 떨어진 느낌을 어지럼증으로 얘기할 수 있다.”
―이런 어지럼증의 원인은 뭔가.
“여러 가지다.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현기증이 나는 것 같은 어지럼증은 혈류 저하로 인한 실신성 어지럼증으로, 세상이 빙글빙글 돌거나 내 몸이 도는 것처럼 느끼는 회전성 어지럼증은 ‘현훈’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실신성 어지럼증은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저하될 때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로 앉았다 일어날 때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은 떨어지지 않지만 맥박이 빨라지는 기립성빈맥증후군을 들 수 있다. 현훈의 원인은 크게 말초성, 중추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말초성 현훈은 귓속의 전정신경계 문제로 인한 증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 곧 이석증과 더불어 귀에서 뇌로 연결돼 균형을 잡는 데 관여하는 전정신경의 염증인 전정신경염, 귓속의 림프액이 차 있는 공간이 늘어나서 생기는 메니에르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 외에도 청력 저하나 귓속이 꽉 찬 느낌, 이명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중추성 현훈은 균형을 잡는 데 관여하는 소뇌와 뇌줄기 부분의 문제로 인한 증상이다. 뇌중풍(뇌졸중)이나 척추기저동맥부전 같은 뇌혈관 문제, 염증성 질환, 종양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원인이 다양한데 치료는 어떻게 하나.
“우선 말초성 어지럼증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이석증인데 이석증은 전정기관 안의 이석이 일부 떨어져 나가면서 회전 감각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에 들어가 잘못된 회전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석증은 머리를 돌려서 세반고리관에 잘못 들어간 이석 조각을 밖으로 빼내는 이석정복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다. 전정신경염과 메니에르병 등은 적절한 약물 치료와 약화된 전정 기능을 강화하는 전정 재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현기증이 나는 것 같은 어지럼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갑자기 현기증이 나거나 눈앞이 캄캄해지는 어지럼증은 신체의 자율 신경 기능 저하로 혈압과 맥박이 잘 조절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평소에 혈압과 맥박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가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혈압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우선 하체 운동량을 늘려서 신체의 활력을 키우고 수분과 염분을 적절하게 섭취하는 등의 생활 습관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기저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물이 기립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함께 살펴본다. 약물로는 전립선 비대증이나 고혈압 및 정신과 관련 약물이, 기저질환으로는 당뇨나 파킨슨병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원인의 어지럼증도 치료법이 있나.
“중추성 어지럼증의 경우 원인 치료가 중요하다. 가장 흔한 원인인 뇌졸중의 경우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뇌혈관 관련 위험인자인 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증상 자체가 호전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데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에는 어지럼증 완화를 위한 약물 치료도 병행한다.”
―전형적인 원인 이외에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요인은 없나.
“있다. 추가로 보자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뇌가 예민해지면서 발생하는 심인성 어지럼증이 존재한다. 지속적 체위지각어지럼증이라는 진단명이 있는데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과 같은 심한 어지럼증을 겪고 나서 회복은 됐지만 만성적인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다. 어지럼증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정편두통이란 것도 있는데 뇌와 혈관이 민감해져서 생기는 편두통의 주 증상이 어지럼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어지럼증이 걱정되면 어떤 경우에 병원을 찾아야 할까.
“일상에서 비교적 흔히 겪을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과거에 없던 어지럼증이 발생한 경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어지럼증인 경우, 상태의 호전 없이 점점 나빠지는 경우, 고지혈증이나 당뇨, 심혈관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등이다. 실신성 어지럼증도 때로는 원인이 심혈관이나 뇌혈관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되풀이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지럼증을 막는 생활 습관이 있을까.
“있다. 우선은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기립성 어지럼증의 경우 땀을 과도하게 흘리는 활동을 피해야 한다. 온탕이나 한증막에 오래 있는 것도 좋지 않다. 과도한 음주와 커피 섭취, 흡연 등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하체 근육 강화와 유산소운동 등도 중요하다. 이석증의 경우 평소에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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