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골관절염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4단계로 진행된다. 연골이 마모되면 결국 뼈와 뼈가 직접 맞닿아 마찰을 일으키며 뻣뻣함, 부기, 지속적인 통증을 유발한다. 연골에는 없는 통증 수용체가 뼈에는 있기 때문이다.
무릎 골관절염은 전 세계 45세 이상 성인 약 30%가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2023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300만 명 이상( 건강보험공단 통계)이다.
통증 줄이려면…“덜 움직이는 것보다 더 많이 움직이는 게 답” 많은 환자가 움직이면 통증이 더욱 심해질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증 관리와 삶의 질 향상의 핵심은 ‘운동’” 이라고 입을 모은다.
“운동을 하면 관절을 덮고 있는 주머니(관절낭) 속 윤활액이 원활하게 순환하며 무릎을 부드럽게 만든다”라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보건과학대학(SCU)의 스테파니 무나즈(Steffany Moonaz) 박사가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운동은 마치 기름칠하는 것처럼 관절의 유연성을 높여준다”라는 것이다.
어떤 운동이 가장 효과적일까? 무릎 상태는 제각각이다. 따라서 개인과 관절염의 진행 단계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운동 유형은 달라진다.
1. 유산소 운동 영국의학저널(BMJ)에 지난달 게재된 1만 5684명을 대상으로 한 217건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이 근력 운동·스트레칭·요가 등 다른 형태보다 통증 완화와 운동 능력 향상 효과가 가장 컸다.
특히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은 단기(4주)뿐만 아니라 중기(12주)에서 모두 통증을 현저히 줄였으며, 운동 시작 후 기능 개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고, 장기(24주)적으로도 유지됐다.
더불어 보행 능력 향상과 낙상 예방, 나아가 삶의 질 향상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누워 타는 자전거는 무릎에 부담이 적다.
무나즈 박사는 “유산소 운동은 전신 혈류를 증가시켜 영양분 공급을 촉진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며 부종을 감소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유산소 운동은 건강한 체중 유지에도 도움이 되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무나즈 박사에 따르면, 무릎 관절에 심한 통증이 있는 사람은 수영이나 수중 에어로빅 같은 저 충격 유산소 운동으로 시작한 후, 자전거 타기, 걷기, 일립티컬 머신(걷기와 자전거를 결합한 운동기구) 같은 활동을 시도해야 한다. 걷기를 주로 한다면 빠르게 걷고 오르막길도 포함하는 게 좋다.
자전거를 선택할 경우, 일반 자전거보다 무릎과 엉덩이를 덜 구부려도 되는 리컴번트 자전거(누워서 타는 자전거)가 더 편안할 수 있다. 일반 자전거는 안장 높이를 다리 길이에 잘 맞게 조절해야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테니스, 축구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급격한 방향 전환을 요하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이미 손상된 관절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 근력 운동, 특히 ‘허벅지 근육’ 강화가 핵심 유산소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근력 운동이다.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할수록 관절을 더 잘 지탱할 수 있다. 허벅지 앞쪽에 있는 큰 근육인 대퇴사두근은 무릎을 펴주는 역할을 하고, 무릎 관절을 안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대퇴사두근이 약해지면 무릎 관절을 지지하는 힘이 떨어져 걸을 때나 계단을 오를 때 무릎에 전달되는 충격 흡수 능력이 감소한다.
연구에 따르면 특히 강한 대퇴사두근은 증상을 완화하고 무릎 인공관절 수술 필요성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수술을 하더라도 대퇴사두근이 강할수록 회복이 더 빠르다.
미국 정형외과 학회의 무(無) 수술 무릎 관절염 관리 지침 개발에 참여한 정형외과 전문의 예일 필링햄(Yale Fillingham) 박사는 대퇴사두근 강화를 위해 스쿼트, 런지, 수평 레그 프레스 같은 웨이트 운동을 권장했다. 운동 강도는 통증 정도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쿼트의 경우 벽에 등을 대고 하는 벽 스쿼트나 무릎을 4분의 1만 굽히는 쿼터 스쿼트로도 허벅지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필링햄 박사는 근력 운동 초보자라면 누운 자세로 무릎을 편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스트레이트 레그 레이즈)부터 시작해도 된다며 “TV를 보면서 양다리의 허벅지 앞쪽을 5~10초씩 여러 번 긴장시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라고 NYT에 설명했다.
요가 자세 중 ‘의자 자세’(가상의 의자에 앉은 듯한 자세로, 하체와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전신의 균형과 자세 교정에 효과적인 요가 동작)와 전사 자세(다리와 엉덩이, 코어 근육의 힘과 균형·유연성을 기르는 대표적으로 서서 하는 동작) 도 근력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좋은 선택이다.
무나즈 박사는 “요가처럼 마음과 몸을 함께 다루는 운동은 정렬과 자세에 집중하게 해, 통증 관리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 달리기도 가능, 단 ‘통증 신호’를 무시하지 말 것 무릎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다고 해서 달리기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달리기가 연골 손실을 가속화 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한다. 달리기가 오히려 무릎 연골 보호 효과가 있다고 보고한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퇴행성 관절염이 제법 진행돼 통증이 심하거나 잘못된 자세로 달리거나, 갑자기 과도하게 운동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릎에 부담이 덜한 부드러운 표면(잔디나 흙)에서 뛰거나 달리는 거리를 짧게 함으로써 통증을 견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와 상담해 관절을 잘 지지해 주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 통증을 참으며 무리해선 안 된다. 몸의 신호를 듣고 운동 방식과 강도를 수정해야 한다.
“움직일수록 무릎이 더 부드러워진다”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과학의 답변은 명확하다. 통증을 피하려고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어떤 것이든 움직이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증세는 사람마다 다르고 통증도 날마다 다르다. 운동 강도를 줄이거나 동작을 수정하더라도 안 움직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훨씬 낫다.
“무릎을 더 많이 움직일수록 주변 조직을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다”라고 필링햄 박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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