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건넌 눈물 K스크린 흐른다

  • 동아일보

中-베트남 최고 흥행작 국내 개봉
중국 ‘난징사진관’
대학살 피한 사진관 수습생 청년… 日 만행 세상에 알리는 과정 담아
베트남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치매 엄마 돌보다 형 찾아 한국행, 韓 합작… 기교 없이 이야기 집중

난징의 상처 영화 ‘난징사진관’. 콘텐츠존 제공
난징의 상처 영화 ‘난징사진관’. 콘텐츠존 제공
母子의 여정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싸이더스 제공
母子의 여정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싸이더스 제공
이달, 아시아 이웃 나라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들이 동시에 국내 관객을 만난다. 5일 개봉하는 중국 영화 ‘난징사진관’과 한국-베트남 합작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모두 각 나라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흥행작들이다.

최근 상당수 중국 영화는 너무 ‘국뽕’(자국 찬양)이 물씬해 국내 팬들이 등을 돌린 지 오래. 게다가 베트남 영화는 국내에서 수익적으로 성공한 전례가 없다. 하지만 두 작품은 나름 자기만의 색채와 스토리텔링을 갖춘 데다, 각 나라 고유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 평범한 이들의 삶과 존엄에 집중

난징사진관
난징사진관
‘난징사진관’은 7월 25일 중국에서 개봉해 1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올여름 중국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의 누적 흥행 수익은 약 30억 위안(약 6012억 원). 인기에 힘입어 상영 기간도 10월 24일까지 연장됐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의 국제 장편영화 부문에 중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영화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1937년 12월부터 1938년 2월까지 일본군이 저지른 난징 대학살이 배경. 학살을 피해 사진관 수습생으로 일하던 청년 ‘아창’이 일본군 사진작가의 필름을 현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제에 협력하며 생존을 모색하는 부역자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하며, 학살 장면이 담긴 사진을 세상에 알리는 과정이 중심 서사를 이룬다.

물론 난징사진관도 국뽕 영화란 비난을 온전히 피해 가긴 어렵다. 9월 3일 전승절 80주년을 앞두고 개봉했는데, 반일 감정이나 애국심 고취를 강조하는 대목이 분명 있다. 하지만 노골적인 선전물에 가깝던 영화 ‘전랑(戰狼·늑대전사)’ 등과 비교하면 훨씬 덜 불편하고 설득력도 갖췄다.

수입사 콘텐츠존 측은 “과거 액션 위주의 중국 영화들과는 작품성이나 연출력 측면에서 굉장히 다르다”며 “중국 영화는 무조건 국뽕이란 선입견을 깨고 싶어 수입했다”고 설명했다.

● “어느 나라나 가장 위대한 건 가족”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8월 베트남에서 먼저 공개됐다.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양국 제작사가 공동 참여했으며, ‘널 기다리며’(2016년) 등을 연출한 모홍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현지에선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크게 흥행했다.

영화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 ‘레티한’(홍다오)을 홀로 돌보던 아들 ‘환’(뚜언쩐)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에게 엄마를 데려다주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두 주인공 모두 베트남 유명 배우로, 모자의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현시점 국내 관객에겐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세련된 최신 연출기법과 비교하면 다소 거칠게 여겨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기교 없이’ 오로지 이야기에만 집중했다는 강점이 되기도 한다.

모 감독도 지난달 29일 국내 간담회에서 “가장 위대한 건 가족임은 어느 나라나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며 “기교나 세련됨을 걷어내고 처음부터 끝까지 본질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합작 영화답게 양국의 풍경과 언어가 자연스레 공존하는 점도 매력. 국내 팬들에겐 배우 정일우와 고경표의 등장도 반갑다. 특히 레티한의 젊은 시절 다정한 연인 ‘정민’을 연기한 정일우는 짧은 분량에도 존재감이 돋보인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 덕에 베트남 아들로 불렸다는 그는 “현지에서 받았던 사랑에 감사하는 뜻에서 노개런티로 참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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