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안전사고 제대로 알고 예방·대처하면 걱정 끝!” [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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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종학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가을철, 활동량은 많은데 신체 기능 떨어져 사고 증가”
“벌 쏘임 후 얼굴 붓고 호흡 어려우면 즉시 응급실 가야”
박종학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최저기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가는 등 가을이 깊어지면서 야외 안전사고로 인한 응급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등산 중 낙상 사고부터 말벌 쏘임, 독사 물림, 독버섯 섭취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매일, 매시간 응급 상황이 벌어진다. 실제 국내 산악 사고의 25% 정도가 가을철에 집중되고 있으며, 벌 쏘임 사고의 78.8%도 여름과 가을에 일어난다.
야외 안전사고를 피하려면 먼저 예방 수칙을 숙지해 위험 요인을 회피해야 한다. 그럼에도 야외 사고로 부상을 입었거나 신체 피해가 우려된다면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과연 가을철에 많이 발생하는 야외 안전사고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대처법과 예방법은 무엇일까. 박종학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과장)는 “실제 응급실에는 가을에 외상 환자가 평소보다 20~30%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에는 등산 및 야외 레저 활동과 관련된 부상 환자가 상당수”라고 밝혔다. 아래는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가을 등산, 방수·보온 겉옷 필수
가을철의 대표적 야외 안전사고는?
“등산 중 낙상과 벌 쏘임, 독사 물림, 독버섯·독초 섭취 등이 대표적이다. 예초기 사고도 흔하다. 풀숲에서의 진드기 감염 사례도 적지 않다. 날이 추워지면 캠핑이나 야영 시 텐트 내 난방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가을철에 야외 안전사고가 많은 이유는?
“날씨가 야외 활동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저녁의 큰 일교차로 신체 반응이 둔해져 사고 위험은 오히려 더욱 크다. 즉, 활동량은 증가하는데 신체 기능은 떨어져 사고율을 높인다.”
등산 사고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등산 사고의 가장 흔한 원인은 미끄러짐과 낙상이다. 특히 새벽 또는 이른 오전 이슬에 젖은 낙엽이나 돌길을 밟고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가 잦다. 골다공증 환자나 골밀도가 낮은 고령층은 더욱 위험하니 안전 장비를 갖추고, 평탄하고 안전한 코스를 선택하는 게 좋다. 낙상의 경우 골절, 찰과상 외에도 뇌진탕,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추락 후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이 느껴질 때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저체온증 환자도 많다고 한다.
“가을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다.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기온이 낮아지거나 비를 맞는 경우 저체온증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등산할 때는 방수와 보온 기능이 있는 겉옷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기상 변화에 따라 갈아입을 여벌 옷도 챙겨야 한다. 가을 수학여행 등 단체 산행에서 저체온증이 가장 자주 발생한다. 사전 지도가 꼭 필요하다.”
벌 쏘임 환자의 대처법은?
“대부분은 물린 부위가 아프고 붓는 정도에 그치는데, 일부 환자는 아나필락시스(전신 알레르기 반응)가 발생해 호흡곤란이나 전신 두드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생명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즉시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응급실에선 에피네프린 주사와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증상이 경미하면 벌침을 카드 모서리로 긁어 제거하고 냉찜질을 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약국에서 항히스타민제를 사 먹어도 된다. 그러나 얼굴이 붓거나 호흡이 점점 어려워진다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야 한다.”
벌 쏘임을 예방하려면?
“향수와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고, 달콤한 음식은 밀폐 용기에 담으며, 먹고 남은 음식물은 즉시 처리하는 등 벌을 자극하는 향을 풍기지 말아야 한다. 천적인 곰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검은색, 갈색 등 어두운 옷을 피하고 밝은색 옷을 입는 게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벌을 만났을 때는 모자와 수건 등으로 머리와 목을 가리고 몸을 최대한 작게 웅크린 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뱀물림, ‘독 빨기’ ‘절개’ ‘세게 묶기’ 금지
독사에게 물린 경우 주의 사항은?
“국내 서식 독사는 유혈목이, 살모사 두 종류다. 가을엔 겨울잠을 대비하기 위한 먹이 활동이 왕성하다. 독사에게 물리면 해당 부위에 출혈성 수포가 생기고 부어오른다. 신경독이 있는 독사일 경우 복시(사물이 여러 개로 보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린 부위가 손이라면 심장보다 낮게 두고 팔걸이를 해야 한다. 시계나 반지는 부기를 악화시키므로 바로 제거한다. 흔히 알려진 입으로 독 빨아내기, 칼로 절개하기, 지혈대 강하게 묶기 같은 응급조치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물린 뱀의 촬영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뱀을 직접 잡는 시도는 절대 금지다. 2차 사고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출혈성 수포 여부와 부기 등 환자 상태에 따라 항뱀독혈청(항독소 치료제)을 투여한다. 국내 서식 독사에게 물렸더라도 부기 등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통원 치료를 통해 경과를 관찰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약 1~2주 정도면 회복된다.”
뱀물림 사고 피해를 줄이려면?
“뱀물림 사고는 대부분 뱀을 실수로 밟거나 자극해 발생한다. 따라서 우거진 풀숲으로 접근을 자제하고, 막대기 등으로 미리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긴팔, 긴바지, 장갑, 두껍고 튼튼한 신발 착용을 권한다.”
예초기 사고도 빈번하다는데.
“예초기로 풀을 베다 돌 조각 등 이물질이 눈에 튀면 각막 손상이나 외상성 전방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눈을 비비면 각막 손상이 심해지므로 깨끗한 물로 씻고 안과 진료를 받는 게 최선이다. 예초기에 의한 절단 및 열상(찢어진 상처)은 피부 손상 부위가 불규칙하고 지저분해 봉합이 매우 까다롭다. 손상 부위의 출혈이 심하다면 깨끗한 천으로 상처를 강하게 눌러 지혈한 후 병원에 가야 한다. 절단된 부위는 젖은 멸균 거즈로 감싸서 비닐봉지에 넣고, 이를 다시 얼음물이 들어 있는 용기에 담아 병원으로 가져가야 한다. 이때 절단 부위가 절대 얼음에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한다.”
야외 활동 중 화상을 입는 경우는?
등산 등 가을철 야외 활동 시 낙상이나 벌 쏘임 등 안전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뉴스1“캠프파이어나 조리 작업, 소각 작업 중 화염이나 불티(타는 불에서 튀는 불똥)로 인해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1~3도 화상(표피 손상~피부 전층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화상을 입었을 때는 흐르는 물로 15~20분간 식히고, 물집은 터뜨리지 말고 깨끗한 거즈로 덮어야 한다. 얼굴이나 손 부위의 경우 화상 범위가 넓어 보인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주의할 점은 된장, 치약, 감자, 소주 등을 바르는 민간요법은 전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감염을 유발해 오히려 화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절대 금지해야 한다.”
텐트·차박, 일산화탄소 중독의 치명적 위험
등산 등 가을철 야외 활동 시 낙상이나 벌 쏘임 등 안전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뉴스1가정용 난방용품에 의한 저온 화상도 문제다.
“늦가을이나 초겨울로 들어서면 전기장판, 온수 매트, 핫 팩 사용이 늘어난다. 비록 40℃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라도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서서히 손상돼 심각한 저온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저온 화상은 고온 화상과 달리 통증이 약해 증상이 늦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가려움이나 붉은 반점으로 시작하지만, 깊은 층까지 손상이 진행돼 피부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하기도 한다. 증상이 가볍다고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조기에 확인해 치료해야 한다.”
야영 중 일산화탄소 중독 사례도 많다는데.
“쌀쌀한 늦가을, 겨울철 야외 캠핑이나 차박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텐트 안에서 난로나 화로, 요리용 버너 등을 사용하면 산소가 부족해지고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기체는 무색, 무취해 알아채기가 매우 어렵다. 첫 증상은 주로 두통이며 이어 어지럼증, 졸음이 발생한다.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의심되면 환자를 즉시 바깥으로 이동시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게 하고 119를 불러야 한다. 병원에서는 고농도 산소를 투여하거나 심한 경우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려면?
“텐트 안에서의 난방이나 요리 시 가급적 전기 기구를 활용하고, 요리용 버너나 등유 난로 등 연소용 기구를 사용할 때는 환기를 계속해야 한다. 아울러 휴대용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권장한다.”
그 외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이 있다면?
“진드기가 우려되는 풀숲에 눕지 말고, 육안 구분이 불가능한 독성 야생식물이나 열매는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증상이 있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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