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주행 중이 아닌 테슬라 차량의 컴퓨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 모델 추론이나 데이터 분석을 처리하는 새로운 기술을 구상하고 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주차된 테슬라 차량들이 ‘분산형 AI 데이터센터’처럼 작동하는 미래가 열릴 전망이다.
29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에 ‘운전 중이지 않은 자동차를 데이터 연산에 활용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한 글을 공유하며 “이 기술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반응을 남겼다.
● 정지 중인 차량을 ‘데이터센터’처럼 쓴다
일론 머스크가 주차된 테슬라 차량의 프로세서를 활용해 데이터 연산을 처리하는 ‘분산형 추론 기술’을 제안했다. (출처=AP/뉴시스)그가 언급한 기술은 ‘분산형 AI 추론(Distributed AI inference)’으로, 전 세계 수백만 대의 테슬라 차량을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AI 연산망처럼 활용하는 개념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베진가(Bezinga) 는 “모든 테슬라 차량에는 AI 추론을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 프로세서가 탑재돼 있다”며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중앙집중식 데이터센터를 대체할 분산형 슈퍼컴퓨터가 된다”고 전했다.
테슬라 차량은 이미 배터리가 전력을 공급하고 냉각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별도의 작업이 없어도 데이터센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방식이 실현되면 중앙집중형 AI 센터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100GW 규모의 AI 연산 능력 가능”…AI5 칩도 개발 중
머스크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같은 구상을 언급했다. 그는 “모든 테슬라 차량이 1kW(킬로와트) 규모의 추론 능력을 가진다면, 1억 대의 차량은 100GW(기가와트)에 달하는 AI 처리 성능을 갖게 된다”며 “이는 상당히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테슬라는 차량 탑재용 고성능 AI칩 ‘AI5’ 를 개발 중이다. 기존 모델 대비 40배 향상된 성능으로, 자율주행뿐 아니라 AI 추론 작업에도 최적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 배터리 수명·개인정보 이슈는 불가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회담을 지켜보는 일론 머스크. (출처=AP/뉴시스)다만 개인 소유 차량을 데이터센터처럼 활용하는 만큼, 배터리 수명 저하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터리 소모와 메모리 점유율 등 현실적인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구현된다면 충전 중인 차량이나 고성능 모델이 우선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정보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2023년 초에는 자율주행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 의 카메라로 촬영된 고객 영상을 직원들끼리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 실현 시 “초거대 AI 네트워크”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전 세계 어디서나 차량이 곧 ‘AI 서버’로 작동하는 초대형 네트워크가 가능해진다고 평가한다.
테슬라는 2025년 2분기 미국에만 14만4000대 가량의 전기차를 판매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차량만 참여해도 막대한 AI 처리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상이 현실화되면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이동형 데이터센터 기업’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tities)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테슬라의 미래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중심의 AI 혁신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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