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입힌 판에 푸른옥 58개 ‘트럼프 금관’… 천마총 금관 아우라까지 담아내려 노력”

  • 동아일보

금관 모형 제작한 김진배씨
“아들과 매일 10시간씩 매달려… 순금 이었다면 제작비 3억 들어”

‘천마총 금관’ 모형을 제작 중인 김진배 씨. 금관은 ‘We Go Together’라는 문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김진배 씨 제공
‘천마총 금관’ 모형을 제작 중인 김진배 씨. 금관은 ‘We Go Together’라는 문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김진배 씨 제공
“지금까지 만든 ‘천마총 금관’만 100개가 넘는데, 국가원수를 위한 금관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해당 금관을 제작한 금속문화유산 복제전문가인 김진배 씨(63). 그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해 “아들(준연 씨)과 아침부터 매일 10시간씩 쉬지 않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 씨에 따르면 외교부가 금관 복제품 제작을 의뢰해 온 건 이달 10일. 한미 정상회담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복제품을 서둘러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제작을 요청받은 금관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신라 금관 6개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되는 천마총 금관(국보)이다.

김 씨는 도금한 동판을 잘라 머리띠와 ‘출(出)’자 모양 장식을 만들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동그란 달개 380여 개와 푸른빛 곱은옥 58개도 손수 제작했다.

“동판을 얇게 두드리고 잘라 지름 1cm 달개를 만든 뒤 도금한 철사를 끼우고 꼬아 본체에 하나하나 고정시켰어요. 만약 금관 전체를 순금으로 만들었다면 제작비가 3억 원 가까이 들었을 겁니다.”

김 씨는 명장이었던 아버지 김인태 씨의 대를 이어 1980년대부터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 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국가유산을 복제하는 작업은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 일을 40년 넘게 했는데도 단순 예술품을 만들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요. 역사가 깃든 유산이니까요. 오차 없이 똑같이, 그 아우라까지 담아내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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