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흰머리, 암 막아낸 흔적일 수도”…日연구진 발견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0월 28일 04시 49분


손상된 세포 소멸하며 모발 색 잃어
소멸 안한 세포는 증식…암 발전 가능성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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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흰머리가 사실은 암세포를 방어한 흔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일본 도쿄대 의학연구소 에미 니시무라 교수 연구진은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현상(백발)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melanoma)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물의 세포는 평생 동안 DNA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내외부적 영향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멜라닌세포 줄기세포(McSCs)가 DNA 손상을 입으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폈다. 멜라닌세포(melanocyte)는 피부, 머리카락, 눈의 색을 결정하는 색소세포다.

일본 도쿄대 의학연구소 에미 니시무라 교수 연구진은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현상(백발)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melanoma)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시스
일본 도쿄대 의학연구소 에미 니시무라 교수 연구진은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현상(백발)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melanoma)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시스

DNA 손상 세포, ‘소멸’ or ‘증식’ 두 운명

연구결과 멜라닌세포 줄기세포가 DNA 손상을 겪으면 노화연계분화(seno-differentiation)라는 과정을 거쳐 소멸하게 되고, 이로 인해 모발의 색소가 없어져 하얗게 변한다. 즉 손상된 줄기세포가 재생 기능을 멈추고 사라지면서 색을 잃는 것이다.

하지만 발암물질에 노출된 줄기세포는 DNA 손상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스스로 재생하면서 주변 조직과 표피에서 방출되는 신호(KIT ligand)의 도움을 받아 증식(clonal expansion)한다. 이렇게 되면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는 대신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시무라 교수는 “같은 줄기세포라도 스트레스의 종류와 미세환경 신호에 따라 ‘소멸’(exhaustion)과 증식(expansion)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두 운명이 된다”며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현상과 흑색종은 무관한 게 아니라, 줄기세포 스트레스 반응의 두 갈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발이 암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냐”

다만 연구진은 “백발이 암을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노화연계분화는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일종의 ‘자연적 방어 장치’ 로, 이 과정이 실패하거나 우회되면 손상된 세포가 살아남아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 논문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게재됐다.

#흰머리#노화#멜라닌#암세포#흑색종#사이언스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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