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부터 첨단 암치료기기까지… 환자가 신뢰하는 의료 혁신 열것”

  • 동아일보

유광하 건국대병원장 인터뷰
2027년 3층 규모 외래 공간 완공… MRI-CT 추가, 대기시간 감소 기대
교수들 기초-임상 연구 공간 마련… ‘CAR-T’ 도입하려 인력-장비 구축

건국대병원 유광하 원장은 “환자 중심 의료를 통해 환자가 믿고 찾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건국대병원 유광하 원장은 “환자 중심 의료를 통해 환자가 믿고 찾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인공지능(AI)이 인지해서 진료실에 안내하고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건국대병원은 올해 개원 94주년이자 새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20일 기자와 만난 유광하 원장은 “병을 치료해 국민을 구제하겠다는 이념으로 설립된 병원인 만큼 따뜻하고 다정한 환자 중심 의료를 통해 환자가 믿고 찾는 병원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유 원장은 건국대병원에서 3번째 연임을 할 정도로 의료계 안팎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올해 새 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전경. 건국대병원 제공
올해 새 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전경. 건국대병원 제공
유 원장은 “2027년 3층 규모의 외래 공간이 증축되면 환자 중심의 AI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게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질환을 예측하는 AI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도입해 환자가 중병이 생겨 고생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AI로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한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AI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자체적으로 생명과 관련된 분야에서 AI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특히 심장혈관내과 의료진은 눈에서 필름 부분에 해당하는 망막에 영상 촬영을 통해 망막 내 혈관을 분석하는 AI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5년 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정보를 저위험, 중등도 위험, 고위험 등으로 예측할 계획이다. 또 자기공명영상(MRI) 혈관조영 영상을 활용해 인공지능 기반 뇌동맥류를 검출하는 것도 현재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해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유 원장은 “MRI를 찍었는데 작은 뇌동맥류가 발견되지 않으면 결국 놓치게 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면서 “건강검진 단계에서도 환자의 검사 데이터를 기초로 질병을 예측하는 AI, 4∼6시간 이내에 패혈증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AI 트릭스 등을 구축했다. 모두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라고 말했다. AI 트릭스는 2023년 10월부터 운영 중인데 AI를 통한 사전 평가로 미리 빠르고 적절하게 대처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뇌 영상 분석 AI 뉴로핏 아쿠아는 환자 MRI를 초고속으로 정량 분석해 뇌 위축 정도, 뇌 노화 등을 수치로 나타내고 뇌신경 퇴화 영상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혈관성치매, 경도인지장애 등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변화를 정량화해 의료진이 감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환자 중심 새 외래센터 신축, 최신 장비도 속속 도입

건국대병원은 기존 부지에 지상 3층 규모 외래센터를 올해 12월 착공해 2027년 완공할 예정이다. 본관에 있던 일부 진료과가 외래센터로 이전된다. 이전 후 남은 본관에는 최신 의료 장비가 도입된다. MRI와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도 추가로 각각 도입한다. 검사 대기 시간은 줄고 진료 시스템은 개선해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밀 암 치료기기인 트루빔과 서울에서 첫 도입되는 헬시온 하이퍼사이트. 헬시온의 경우 단 6초 만에 일반 CT와 비슷한 수준의 고화질 영상을 얻을 수 있고 환자에게 노출되는 영상 방사선량은 절반으로 줄였다. 건국대병원 제공
정밀 암 치료기기인 트루빔과 서울에서 첫 도입되는 헬시온 하이퍼사이트. 헬시온의 경우 단 6초 만에 일반 CT와 비슷한 수준의 고화질 영상을 얻을 수 있고 환자에게 노출되는 영상 방사선량은 절반으로 줄였다. 건국대병원 제공
유 원장은 “복부 CT를 찍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릴 때도 있는데 증축 이후에는 진료 후 한 번에 바로 검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방사선 치료기(선형가속기) 헬시온 하이퍼사이트와 트루빔 등 최신 방사선 암 치료 기기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트루빔을 먼저 교체하고 올해 헬시온 하이퍼사이트로 교체해 현재 방사선 치료기 2대를 가동하고 있다.

트루빔은 수술하지 않고 암을 치료할 수 있으며 다엽 콜리메이터라고 불리는 내장형 빔 성형 장치를 통해 정밀도로 치료한다. 특히 환자 호흡을 추적하고 호흡 주기 적정 지점에서만 빔을 켜는 호흡 게이팅 기능을 갖추고 있어 환자 맞춤형 정밀 치료가 가능하다. 헬시온 하이퍼사이트가 장착된 장비는 국내에서 두 번째, 서울 소재 병원에서는 처음 도입됐다. 또 방사선 치료 장비 중 가장 큰 영상 패널과 최신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유 원장은 “헬시온의 경우 단 6초 만에 일반 CT와 비슷한 수준의 고화질 영상을 얻을 수 있고 환자에게 노출되는 영상 방사선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향상된 해상도로 더욱 정밀하게 종양 조직을 표적으로 삼아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7년 완공 예정인 3층 규모의 외래센터 조감도.
2027년 완공 예정인 3층 규모의 외래센터 조감도.
외래센터를 증축하면 철골 주차장도 함께 조성, 총 720대의 주차 공간을 새로 확보해 주차 문제도 일부 해결될 전망이다. 2023년에는 중환자실, 수술실을 증설하기도 했다. 병원 옥상 정원을 중환자실로 변경하는 증축 공사를 통해 음압 격리 중환자실 12병상을 만들었다. 수술실도 3실 증설했고 회복실도 확장했다.

의료진 연구 분야 강화와 새로운 면역치료제 실시

실험실로 사용되던 8층 규모 건물은 내년 3월부터 병원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으로 전환해 연구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노후 실험 장비는 폐기하고 70여 종의 신규 장비를 도입한다. 대규모 임상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GPU 서버도 구축한다. 의대 교수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공간으로 변신해 기초와 임상이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중개 연구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생애 첫 연구’를 신설한다. 2025년 임용된 전임 조교수를 대상으로 1년간 1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중점 연구 부문도 신설해 대형 국책과제 준비·팀에는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31년 건국대 학원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12층 규모의 병원 신축도 추진 중이다. 이곳에 감염병 병동을 만들어 미래 감염병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평소엔 진료 공간으로 사용하고 감염병이 발생하면 감염병에 특화된 공간으로 전환한다.

건국대병원은 최신 항암제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CAR-T 세포치료 도입을 위해 공간·인력·장비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맞춤형 면역치료 첨단 항암제다.

기존 항암제,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잘 듣지 않는 재발·불응성 혈액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소아나 청년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특정 유형의 비호지킨 림프종에서 완전관해(CR)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마지막 치료 옵션’ 역할을 할 수 있다.

유 원장은 “CAR-T는 고가 치료이지만 국내 보험 급여 적용으로 환자 본인 부담은 수천만 원 수준에서 수백만 원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를 수용할 국내 병원은 많지 않아 기존 방식으로 치료되지 않은 환자와 가족은 해외 원정 치료를 고민하기도 했다”며 “건국대병원이 CAR-T 치료를 시행하면 보험도 적용되고 치료 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AI 중심의 질환 예방과 진료, 중증진료 중심과 연구중심병원으로 가기 위한 외연 확장과 이를 위한 지속적 투자 등으로 중장기 목표 달성 위해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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