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대한항공, 전자전기 사업 사실상 낙찰…최첨단 신기술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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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ADEX) LIG넥스원 부스에서 전시된 한국형 전자전기 모형.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2025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ADEX) LIG넥스원 부스에서 전시된 한국형 전자전기 모형.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지난 24일, 일산 킨텍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ADEX)’의 마지막 날. LIG넥스원 부스 한켠에 세워진 한 대의 대형 제트기 모형 앞에 관람객들이 발길을 멈췄다. 겉모습은 민간 비즈니스 제트기 같았지만, 동체 표면에는 각종 안테나와 전자장비가 장착돼 있었다.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이 기체는 바로 한국형 전자전기(Electronic Warfare Aircraft), 즉 적의 눈과 귀를 마비시키는 ‘공군의 방패’였다. LIG넥스원과 대한항공이 컨소시엄을 이뤄 설계해낸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의 결과물이 외부에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LIG넥스원·대한항공, 전자전기 개발 사실상 확정

LIG넥스원은 이날 “대한항공과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이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이 이달 초 실시한 사업자 평가에서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경쟁사인 KAI·한화시스템보다 약 4.5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안으로 이의신청 절차가 마무리되면 사실상 최종 낙찰이 확정될 전망이다. 한국형 전자전기는 2034년까지 1조 9206억 원이 투입돼 4대가 개발·배치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2대는 기본형(블록1), 나머지 2대는 성능을 높인 향상형(블록2)으로 제작된다.

● “적의 레이더를 멈춰라”…전자전기의 역할은

전자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한다. 적의 레이더와 통신망, 전자장비를 교란해 지휘체계와 공격 의지를 마비시키는 특수임무 항공기다. 공군 전투기 편대를 보호하는 ‘에스코트 재머(EJ)’, 먼 거리에서 적 방공망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광역형 전자전기(SOJ)’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전에서는 미사일보다 전파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자전 수행능력은 곧 ‘공중 우세’를 의미한다.

KF-16에 탑재되는 ALQ-200 전자전 장비. 국방과학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KF-16에 탑재되는 ALQ-200 전자전 장비. 국방과학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 47년간 쌓인 전자전 기술, LIG넥스원의 저력

LIG넥스원의 전자전 기술은 1978년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공동개발로 시작됐다. 이 회사는 1990년대부터 항공기용 전자전 장비, 디지털 재밍, 능동방해 기술, 통신방해체계를 국산화하며 기반을 다졌다. 공군의 F-4 팬텀에는 ALQ-88, KF-16에는 ALQ-200K 장비를 공급했으며, 현재는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의 통합전자전체계(EW-Suite) 개발을 2026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ADEX 현장에서는 실제로 이 기술이 집약된 장비가 공개됐다. 전시된 전자전기 모형 하부에는 ELINT 감청장치, 측면에는 2~18GHz 대역 재밍 모듈이 장착돼 있었다.

‘적의 눈을 가리고 귀를 닫는’ 장비가 실제로 어떤 형태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통합전자전체계(EW-Suite).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통합전자전체계(EW-Suite).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스텔스도 교란 가능…‘3대 핵심 기술’ 첫 공개

이번 사업에서 주목받은 것은 지능형 신호탐지, AESA 레이더 재밍, 스마트 재밍간섭 제거 등 한국형 전자전기 개발을 위해 LIG넥스원이 독자 개발한 세 가지 기술이다.

최신예 4.5~5세대 전투기들은 자신이 방출하는 레이더 신호를 미약하게 교란해 인식하지 못하게 저피탐(LPI·Low Probability of Intercept)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지능형 신호탐기 기술은 이같은 LPI 미약 신호를 증폭시켜 검출함으로써 적의 최신예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이용할 경우 스텔스기 탐지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AESA 레이더 재밍기술은 상시 주파수 도약을 진행해 교란이 불가능하다는 AESA 레이더의 방출 신호를 그대로 복제해 교란하는 기술로 이론적으로는 적 스텔스기까지 교란이 가능하다.

다채널 스마트 재밍간섭 기술은 전자전 공격인 재밍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군 항공기와 통신체계에 가해지는 전자간섭을 찾아내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최신예 무선 이어폰에서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잡음 제거) 기술을 전자전에 활용한 것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기술들은 전자전기 사업에 모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자전 기술개발에 자체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합작해 만든 한국형 전자전기 예상도. 대한항공 제공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합작해 만든 한국형 전자전기 예상도. 대한항공 제공
● 기체 통합은 대한항공…민항기 개조 기술력 주목

LIG넥스원이 전자전 장비를 개발한다면, 대한항공은 이를 항공기에 통합한다. 전자전 장비가 항공기 시스템과 상호 간섭을 일으키면 추락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정밀한 전자파 차폐·배선 기술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의 전자전기 장비를 캐나다 봄바르디어(Bombardier)의 G6500 비즈니스 제트기에 통합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한항공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여에 걸쳐 약 4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진행된 신형 정찰기(백두체계능력보강) 1차 사업에서 프랑스 다소(Dassault)의 비즈니스 제트기 팰콘 2000S(Falcon 2000S)에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정보 수집 장비와 송수신 시스템을 장착·개조하는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정찰·전자전 장비를 민간 제트기에 통합한 기술력은 대한항공의 강점으로 꼽힌다.

전자전기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출력송수신기.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전자전기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출력송수신기.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한국형 전자전기, 미래 공군의 전자방패 될까

이같은 최신예 기술들을 활용해 LIG넥스원과 대한항공은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에서 2034년까지 1조 9206억 원을 투자해 전자전기를 개발하고 총 4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이 중 2대는 블록1인 기본형 모델로 먼저 개발을 한 후 추후 2대는 성능이 더욱 향상된 블록2로 개발될 예정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블록2에 대한 목표성능은 나온 부분이 없다”면서도 “향후 전자전기를 운용하는 공군이 원한다면 재밍 출력 부분이나 X밴드를 주로 대응하는 재밍 대역을 확대할 수 있는 개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자전기 사업으로 2030년대 중반까지 한국 공군은 네트워크 기반 전자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항공전력과 적의 대량살상무기 사용 의지를 봉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단순한 무기체계 확보를 넘어, 전파·정보·전자신호 전력을 ‘보이지 않는 전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우리 공군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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