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앞으로 뇌사 외 연명의료 중단 후 심정지 사망한 환자의 경우에도 장기기증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장기기증은 뇌사 장기기증만 가능하다. 정부는 뇌사 판정 절차 완화, 수가 신설 등의 방안을 통해 의료현장의 부담을 더는 방안도 내놓았다.
● 정부, 심정지 후 장기기증 도입
16일 보건복지부는 장기 등 이식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장기 등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장기기증 이식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첫 종합 대책이다.
정부는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연명의료중단결정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후 장기기증(DCD)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DCD는 심정지 등 순환정지 환자가 사망 이후 가족 등의 동의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DCD 시행을 위해선 중단 결정 이행 전 장기 등 기증 동의, 기증자 등록 등 기증절차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복지부는 뇌사 장기기증과 같은 상세 지침을 마련하고 전면 도입 전 고숙련 의료기관에서 시범 이식을 시행한다.
(자료사진) 의료진들이 기증 장기를 1분 1초라도 빨리 이송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동아일보 DB
신경외과와 신경과 등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뇌사 판정절차를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간 의료계 일각에서는 뇌사판정절차가 엄격해 실제 장기기증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뇌사추정자 상담과 신고 수가, 뇌사기증자 관리료 적정 보상 수준, 손실보상금 등을 검토 후 현실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식용 각막의 약 80%가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황을 고려해 국내 각막이식 활성화 및 수입각막의 안전관리 방안을 검토한다.
근본적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를 늘려 기증자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장기기증희망등록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는 사전연명의향서 전문 상담과 장기기증 신청 과정을 연계하거나 주민등록증과 신분증명서를 발급받으려는 사람에게 기증희망등록 안내 및 신청서 접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복지부는 기증 유가족에게 현금 지원의 적정성도 검토한다. 현재 장제비와 의료비를 기증 유가족에게 최대 540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으나 사회적 논의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유가족 자조모임 지원 등 정서적 예우를 강화하고 고인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등 예우 방안에 대한 개선책을 찾을 예정이다.
● 이식 늘어나면 의료비 절감, 환자 삶의 질 높아져
현재 연도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정체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누적 183만853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3.6%에 불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의정갈등의 영향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한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지난해 397명에 그쳤다. 다만 이식대기자는 4만5567명으로 늘어나는 등 수급 불균형이 크다. 기증자 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미흡하다는 점도 장기기증의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장기기증 범위가 심정지 환자로 늘어나면 장기기증이 필요한 환자들이 이식이 늘어나는 만큼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말기 신부전으로 혈액투석중인 환자 수는 지난해 7만9065명으로 투석을 위한 진료비가 매년 2조 원 이상 발생한다. 이들이 장기이식을 받을 경우 삶의 질은 높아지고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유가족 동의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은 이번 계획에 담기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을 동의한 경우 가족이 반대하더라도 장기기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본인 동의가 있더라도 유족 거부 시 뇌사 장기 기증이 불가능해 지난해 뇌사 추정자 중 기증이 적합하다고 판단된 사람 5명 중 1명만이 장기기증으로 이어졌다.
장원배 제주대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뇌사 장기기증자가 적은 상황에서 DCD 도입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생명과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유가족 동의 조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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