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아동 5명에 1명꼴 ‘음식중독’ 증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5일 03시 00분


음식 조절 못하고 강박적으로 섭취
패스트푸드 등 초가공식품에 중독
고위험군, 불안-우울감 더 높고
학업수행 능력-자존감은 낮아

“먹는 것에 집착이 많아지면서 짜증을 많이 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경기 고양시에서 초등 5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모 씨는 최근 자녀의 몸무게가 증가하면서 걱정도 함께 늘었다. 이 씨는 “어릴 때 살이 키로 간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먹는 걸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며 “사춘기라 짜증이 늘어난 줄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비만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음식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음식 중독 증상이 강할수록 불안, 우울 등의 감정이나 행동을 더 많이 표출했다.

● 비만 아동 5명 중 1명이 ‘음식 중독’

4일 질병관리청은 박경희 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러한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을 영양 및 건강 분야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 백분위가 상위 15% 이내인 과체중 이상 8∼16세 아동·청소년 224명을 대상으로 음식 중독과 정서·행동 문제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음식 중독은 특정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행동으로 알코올 의존증 등 물질 중독과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아동·청소년은 탄산음료,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 스낵류 등 초가공식품에 주로 중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연구 대상자 중 44명(19.6%)이 음식 중독 고위험군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먹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적이 있는지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계속 먹은 적이 있는지 △원하는 음식을 찾지 못했을 때 그것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한 적이 있는지 △특정 음식을 줄이거나 먹지 않았을 때 화나거나 아팠던 적이 있는지 등 25개 문항을 설문조사해 판별한 결과로 7점 이상인 경우 음식 중독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음식 중독 고위험군의 평균 음식 중독 증상 수는 4.05개, 정상군은 1.31개였다.

● 음식 중독 심할수록 불안-우울 높아

음식 중독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아동·청소년은 정상군인 비만 아동·청소년에 비해 비만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의 평균 BMI는 29.5로 정상군 27.5보다 높았다.

불안이나 우울 등 감정 문제나 충동적 행동 문제도 심화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 중독 고위험군인 아동·청소년은 불안·우울 정도는 정상군보다 높았다. 규칙을 위반하려는 성향도 정상군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충동적인 성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학업 수행 능력이나 자존감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음식 중독은 비만 아동·청소년의 정서·행동 문제와 유의미하게 연관돼 있어 청소년의 음식 중독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비만의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건당국은 아동·청소년 비만율 증가에 따라 식습관 교육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9∼17세 아동의 비만율은 14.3%로 2018년 3.4%에서 약 3.5배 증가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지역사회나 학교 등에서 비대면으로 참여할 수 있는 비만 치료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음식 중독#식습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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