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E 상황실에선 수십∼수백 km 떨어진 지역 중소 병원의 중증 입원 환자들을 비대면으로 진료할 수 있다. 퍼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병원이라기보다 증권거래소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취재팀이 지난달 1일 방문한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WA) 로열 퍼스 병원의 ‘원격중환자실(HIVE)’ 중앙상황실에는 최신 의료기기도, 병상도, 환자도 없었다. 그 대신 3인 1조로 구성된 의료진들의 책상마다 8대의 모니터가 들어차 있었다. 화면은 환자의 심박, 혈압 등 각종 활력 징후와 검사 결과를 담은 차트와 그래프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모니터 위로는 환자와 언제든 화상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HIVE는 의료진이 여러 병실에 흩어져 있는 환자들을 한 장소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상황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일종의 비대면 진료 시스템이다. 최대 70명의 중증 입원 환자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HIVE가 특별한 건 단순히 이 병원에 입원한 중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도(州都) 퍼스 동남쪽 위성도시에 위치한 아마데일 병원, 동쪽으로 600km 떨어진 캘굴리 병원에 입원한 준중증 환자들도 WA주 최대 규모인 로열 퍼스 병원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진료받는다. 두 병원은 100∼200병상 규모의 소형병원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병원 간 협력을 통해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 소형병원도 중증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한 것이다. 8월에도 캘굴리 병원 중증 응급환자 1명이 HIVE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호주는 응급실에서도 원격 진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지역 내 병원들이 ‘원팀’을 이뤄 응급 환자를 수용할 최적의 의료기관을 최단 시간에 찾아낸다. 전원(轉院·병원을 옮김)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면 지역 내 병원들의 병상과 의료진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는 ‘전원·의료지도센터(RAAPID)’에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다. 모든 병원이 환자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19일 내놓은 필수의료 혁신 전략 발표 자료에는 ‘협진’과 ‘협력’이란 단어가 총 59번 등장했다. 국립대병원을 거점 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지역 내 크고 작은 병원들과 연계를 강화해 서울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등 특정 병원으로 환자가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과 지역의료원 간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병원 간 협력은 환자 ‘표류’의 원인인 지역의료 인력 및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병원 간 무한경쟁을 통해 성장해 온 한국 의료체계에서 협력은 낯선 개념이다. 지금부터라도 ICT 등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치밀한 실행계획을 짜지 않으면 ‘협력 강화’는 공허한 구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 지역병원마다 ‘원격응급실’… 韓, 서울로 옮기다 ‘표류 사망’
호주도 지방엔 의료진 부족 허덕 원격진료시스템 구축해 공백 메워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대응 더 빨라 韓, 병원 간 연결 안돼 ‘환자 표류’… 원격중환자실, 내년 시범사업 첫발
위 사진은 HIVE 의료진이 환자와 화상 통화를 하며 진료하는 모습.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East Metropolitan Health Service 제공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앤드루 제이미슨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지역의료국장은 호주가 원격 중환자실(HIVE·Health in a Virtual Environment) 같은 원격 협진 시스템을 도입한 목적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호주는 한국보다 의사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호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0명이다. 한국(2.6명)보다 50%가량 많은 수치지만, 호주에서도 지방에는 의료진이 모자란다. 광활한 땅덩이 곳곳에 인구가 수만 명 남짓한 소도시들이 뚝뚝 떨어져 있어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 있는 병원들은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지 못하고, 전공의와 진료 보조 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위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큰 병원에서 원격 진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중증 병상을 운영하기 어렵다.
● 지역 중환자실·응급실, 큰 병원서 ‘원격 협진’
중증 입원 환자는 기본적으로 의료진이 24시간 곁을 지켜야 한다. 길게는 2시간, 짧게는 15분 단위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소형 병원들은 이러한 ‘밀착 케어’를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그 역할을 HIVE 중앙상황실에서 대신하고 있다. 그랜트 워터러 WA주 보건부 선임의학고문은 “HIVE를 통해 많은 중증 환자가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대형 병원 중환자실은 최중증 환자 위주로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HIVE 중앙상황실의 모니터에는 모든 환자의 심박과 혈압, 산소포화도 등 기본적인 활력 징후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혈액검사 결과와 전자의무기록(EMR) 등 상세 정보도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HIVE 시스템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각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증세 악화를 감지하는 즉시 의료진이 이를 놓치지 않도록 알람을 울려 준다.
원격 중환자실은 일반적인 중환자실보다 더 뛰어난 치료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의료진이 병상을 오갈 필요 없이 앉은 자리에서 모든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상태 악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HIVE 시스템을 개발한 필립스에 따르면 HIVE와 같은 원격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는 일반 중환자실 환자에 비해 입원 기간이 30%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WA주는 HIVE 외에 원격 응급실(ETS·Emergency Telehealth Service)도 운영하고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지역 병원 응급실에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WA주에는 지역 병원이 90곳 있는데, 모두 응급실에 원격 진료가 가능한 전용 병상을 갖추고 있다.
8월 캘굴리 병원에 교통사고를 당한 35세 남성이 실려 왔다. 갈비뼈가 부러지며 폐를 찔러 외상성 기흉이 생긴 환자였다. 의료진은 흉곽에 찬 공기를 빼기 위해 튜브를 삽입한 뒤 환자를 준중환자실로 옮겼다. 그런데 튜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환자의 늑막 압력이 높아지며 조금만 지체돼도 호흡 곤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닥쳤다. 당시 캘굴리 병원엔 이를 처치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가 없었지만, HIVE를 통해 중증 외상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 환자를 살려낼 수 있었다.
얼리샤 미철래니 캘굴리 병원장은 “HIVE가 없었다면 환자를 비행기에 태워 퍼스로 보내야 했을 텐데, 그사이 상태가 더 악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 응급실을 통해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WA주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있는 쿠누누라 병원은 퍼스에서 약 3000km 떨어져 있는데, 환자 이송용 비행기를 띄워도 3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다. 구급차로는 쉬지 않고 달려도 34시간이 걸린다.
● 상급 병원 포화 해소해 ‘표류’ 막을 대안
이러한 호주의 원격 협진 사례는 한국의 지역의료원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국 35개 지역의료원은 중환자실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전담 인력이 부족해 대부분 가동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환자 상태가 조금만 나빠져도 큰 병원으로 옮겨져 상급 종합병원 중환자실이 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있는데도 병원 간 협력하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상급 병원 중환자실 포화는 중증·응급 환자 ‘표류’의 원인이 된다.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으면 응급실에 자리가 있더라도 이 환자들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4세 구모 씨가 138분간 표류하다가 숨졌다. 당시 구급대가 연락한 인근 권역외상센터 3곳은 모두 중환자실이 부족해 이 환자를 받지 못했다. 구 씨처럼 지역 병원에 중환자실이 없어 서울 등 먼 병원으로 옮겨지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 환자가 적지 않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이 환자를 받지 못한 사유 중 7.1%가 ‘중환자실 부족’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에서도 원격 중환자실 시범사업이 첫걸음을 떼고 있다. 경기도에선 내년부터 이천, 안성, 포천의료원이 원격 중환자실 운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중앙 상황실 역할을 맡아 24시간 모니터링을 제공하게 된다. 인천의료원도 인하대병원과 연계해 내년부터 원격 중환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큰 수술은 대학병원에서 받더라도 경과는 지역의료원의 원격 중환자실에서 지켜보면 된다. 언제든 수술을 담당한 대학병원 교수와 협진할 수 있으니 환자도, 의료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 학력이 ~ 90 %? 가량 고졸 이상일 텐데 일단 어느 장기가 어느 혈관하고 붙어있으며 대사 공급, 배출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다고 가정하고(물론 재미로 라틴어로 병명을 짓기도 하겠지만) 환자 재량권을 늘려주되 안락사, 안락사 빙자 같은 흉악한 짓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2023-10-27 12:57:43
예들 들어도 좀 그럴싸해야지 호주 같은 인구 밀도가 낮고 나라가 거대한 국가에서의 일과 작은 나라에 코닿을 곳에 병원들이 산재한 우리나라와 비교를 하다니. 좀 거시기하네.
2023-10-27 11:47:13
원격진료? 누구 좋은 일 시킬려고? 우리나라처럼 동네 나가면 '의원'•'병원' 인 나라에서, 호주처럼 해변가에서만 살고 대륙중심은 텅 빈 나라에서처럼 하자고? '원격진료'로 또 다른 '배달의민족' 플랫폼 만들어 국민 주머니 털어 먹을래? 대기업만 살리고 국민들 의료보험료 올려 더 못 살게 만들고, 고려말, 이조말에 나라가 왜 뒤집어졌는지 생각해 봐라. '탐관오리'가 따로 없네.
2023-10-27 11:27:27
우리도 빨리 원격진료하자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 의료계만 퇴행적이다
2023-10-27 10:02:25
각 나라마다 의료 환경이 다르고, 의료의 질도 다르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해외에 병원 가본 사람들은 의료에 대한 접근성과 수준이 한국만큼 높은 곳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에 맞는 일부 사항들만 발췌해서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기자들이 하는 짓이다. 수준 낮은 기자의 선동적 기사를 계속 내보내면 동아일보를 절독할 것이다.
2023-10-27 09:34:08
대한민국에 600km 원격 진료할수 있는 곳이 있더냐
2023-10-27 09:23:55
이건 무리수다..ㅋㅋㅋ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떨어져있다해도 10km안에 응급실 도착한다.. 두매산골도 마찬가지다..
2023-10-27 09:18:56
언론들아 본질에대하여 충실하게 기사를 쓰거라~ 욕나오게 대기업이나. 가진 기득권들을 위한 원격의료나. 의사정원 늘리려는 꼼수가있다는것은 언론 니들이 더잘알거라 생각한다~!
2023-10-27 09:17:57
언론들이 이제는 대기업들의 원격의료에 대하여 열심희 띄워주기 시작하네........! 의사 정원 늘린다고해서 흉부외과. 내과 . 응급실. 이런곳에 정원늘리려는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원격의료에 값싼 의료진들이 필요한거아닌가? 그리고 2천명 정원 늘린다해서 이들이 전문의 자격을 따지않고 성형.치과.피부과. 전문의 자격없이 개원하게하려는짓같은데.
2023-10-27 08:26:49
기자야 지금 전세계에 한국인들 나가서 살고 있다. 한번 현지 교민하고 인터뷰해 봐라. 미국, 호주, 독일, 일본, 세상 어느 나라에 살아도 의료 수준과 의료 제도 하나는 대한민국이 최고 중에 최고다. 벼룩이 잡는다고 집 태우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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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2023-10-27 03:25:01
원격진료 예를 드느라 배가 아주 산으로 가는 구나 ㅋㅋㅋ 호주같은 인구밀도 희박한 대륙크기의 나라를 한국과 비교하다니 ... 거긴 이웃집에 놀러 가는 데도 경비행기 타고 가는 나라자너 ... 이웃과 전화하려면 아마추어 무선 통신 해야 하는 나라ㅋㅋㅋ
2023-10-27 08:26:49
기자야 지금 전세계에 한국인들 나가서 살고 있다. 한번 현지 교민하고 인터뷰해 봐라. 미국, 호주, 독일, 일본, 세상 어느 나라에 살아도 의료 수준과 의료 제도 하나는 대한민국이 최고 중에 최고다. 벼룩이 잡는다고 집 태우지 말아라.
2023-10-27 09:23:55
이건 무리수다..ㅋㅋㅋ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떨어져있다해도 10km안에 응급실 도착한다.. 두매산골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