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원칙 지켜야 예방”…여성암 예방하려면 비만부터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6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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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현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유방암 분야 베스트닥터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누적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나 된다.

안 교수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때 2㎝ 이내로 절개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수술로 유명하다. 지금은 여러 병원에서 시행하는 유방암 환자의 유두 재건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했다. 최근 안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대여성암병원으로 옮겼을 때 그의 환자 중 20% 정도가 그를 따라 병원을 옮겼다고 한다.

동아일보가 2018년 전국 대학병원 교수들을 대상으로 10대 암 베스트닥터를 뽑았을 때, 이어 2021년 포브스가 대한민국 100대 명의를 선정했을 때 안 교수는 모두 이름을 올렸다. 안 교수에게 유방암 등 여성암에 대처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여성암 예방하려면 비만부터 막아야
안세현 이대여성암병원 외과 교수는 30년 동안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방암 베스트 닥터다. 안 교수는 여성 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비만부터 막을 것을 권했다. 이대여성암병원 제공
안세현 이대여성암병원 외과 교수는 30년 동안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방암 베스트 닥터다. 안 교수는 여성 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비만부터 막을 것을 권했다. 이대여성암병원 제공
안 교수는 “앞으로 최소한 20년 동안은 유방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적 문제 외에도 호르몬 문제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게 원인이란다. 여기에 △식생활의 서구화 △늦은 출산 △고령화 등도 암 환자 증가 이유로 꼽힌다. 유방암만 그런 게 아니다. 자궁내막암이나 다른 여성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자궁경부암은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이 늘면서 감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여성암끼리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서 자궁경부암에 더 잘 걸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브라카(BRCA)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경우 유방암 외에도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유방암을 치료할 때 쓰는 특정 호르몬제가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을 간혹 높일 수 있다.

여성암을 예방하려면 식습관부터 관리해야 한다. 고열량 고지방 식단을 피해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대체로 일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할 것을 권장한다. 안 교수는 “다소 빤해 보이지만 이 원칙을 지킬 때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만을 경고했다. 비만 세포에서 여성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돼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암에 특별히 좋은 특정한 음식은 없을까. 안 교수는 “그런 음식은 없다”며 “만약 있다면 이미 치료제로 개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암에 걸려도 임신 가능성 높여
암에 걸린 20, 30대 여성의 경우 질병과도 싸워야 하는 것 말고도 출산 고민이 상당히 크다. 암에 걸리면 아기를 낳지 못할까. 안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환자의 의지가 강하면 임신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전 30대 중반의 유방암 환자 김미영(가명) 씨가 병원 두 곳을 다닌 끝에 안 교수를 찾아왔다. 김 씨는 임신 2개월째였다. 어렵게 얻은 아기라 반드시 낳고 싶지만 다른 병원에서 모두 고개를 저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신 7개월 이후에는 암 환자의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아기가 충분히 자랐기 때문이다. 임신부 상태가 괜찮다면 ‘독한’ 항암치료도 가능하다. 하지만 태아가 3개월 이전에는 항암치료는 물론이고 수술 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많다.

안 교수는 우선 초음파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암의 크기는 다행히 작았다. 림프샘(임파선)으로 전이가 된 것 같지도 않았다. 이어 암 재발 가능성 검사를 한 결과 ‘중간’ 점수가 나왔다.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 결과를 놓고 김 씨와 상의했다. 김 씨는 아기를 낳을 때까지 약물치료를 미루고 참겠다고 했다.

태아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가슴 부위만 국소마취하고 암을 떼어냈다. 3개월 후에는 초음파를 통해 림프샘 전이 여부를 확인했다. 이후 김 씨가 출산하고 모유 수유를 끝낼 때까지 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는 그제야 항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안 교수는 “얼마 전 김 씨에게서 아이가 네 살이 됐다고 연락이 왔다”며 웃었다.

안 교수는 암 환자의 임신 가능성에 대해 △병기와 암의 크기 △나이 △출산 경험 등을 고려해 환자와 상의한 후 결정한다. 그는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임신이 가능하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여러 요소들을 검토하고 재발 가능성까지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충분한 상담과 의사의 풍부한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
●환우회 활동이 치료에 도움 줘
2000년 안 교수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새순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들은 매주 2회 병동을 방문해 환자들과 소통했다. 2003년에는 ‘핑크리본회’라는 환우회도 만들었다. 매달 두 번째 수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대중목욕탕을 통째로 빌려 핑크리본회 모임을 가졌다. 안 교수는 현장에서 환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두 모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0년에 중단됐지만 조만간 재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안 교수는 2005년 5월 지방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올라오는 유방암 환자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사비(私費)로 병원 인근 아파트를 마련했다. 당시 안 교수는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1억7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환자들은 이 ‘쉼터 아파트’에서 5~6주 머물면서 1박에 5000~1만 원의 최소 경비만 내고 치료 받을 수 있었다. 이 쉼터 아파트는 2014년 5월까지 9년 동안 운영됐고, 이후 병실료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이 많이 활성화되면서 운영을 중단했다.

안 교수가 이토록 환자 모임에 적극적인 까닭이 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환자들이 질병 정보를 알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았다. 더 중요한 이유는 환우회 활동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높아지고 일상으로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적지 않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안 교수는 환우회 활동을 독려하는 편이다. 안 교수는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암 환자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어 정보가 넘쳐나도 이런 위로를 통해 치유하는 것은 여전히 환우회의 큰 역할이라는 것이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안쪽을 싸고 있는 막에 발생하는 암이다. 자궁경부암이 감소 추세인 것과 달리 자궁내막암의 발생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김미경 이대여성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고령화와 비만, 서구화된 식습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림프샘(임파선)으로 침범하기 전인 1기와 2기일 때는 주로 수술 치료를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80% 이상의 환자는 초기에 진단된다.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다만 암의 진행 정도가 심하면 생존율은 3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진행성’ 자궁내막암은 재발률도 20~50%,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다행히 최근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효과가 좋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도 답보 상태였던 진행성·재발성 자궁내막암의 생존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대여성암병원의 경우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항암제 내성에 대한 기초연구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젊은 환자의 경우 임신을 위해 자궁을 절제하지 않고 보존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다만 1기이면서 암이 덜 치명적이거나 자궁 깊숙이 침투하지 않았을 때 가능하다. 모든 환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유방암을 비롯한 여성암 예방법과 비슷하며 특효약은 따로 없다”며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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