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 3연타석 홈런…‘범죄도시’ 시리즈 성공 비결은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6일 0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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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3' 개봉 엿새만에 500만명↑
1269만명 전작보다 나흘 빠른 흥행세
개봉 일주일도 안 됐는데 1000만 확실
특유의 쾌감 기다린 관객 충분히 만족
액션과 궁합 잘 맞는 유머도 제 역할해
짧은 러닝 타임 관객 선택 폭 넓히기도

688만명→1269만명→500만명↑(진행 중)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3연타석 홈런에 성공했다. ‘범죄도시3’는 개봉 엿새만에 누적 500명을 넘어섰다. 1269만명이 본 전작 ‘범죄도시2’가 500만명을 넘기는 데 열흘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개봉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흥행 추세로 보나 관객 반응으로 보나 1000만 관객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범죄도시3’ 손익분기점은 180만명. 설령 1000만이 안 되더라도 홈런을 쳤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홈런의 비거리만 달라질 뿐이다. ‘범죄도시3’ 이전 국내 개봉 영화 중 100만명 이상 본 작품은 ‘교섭’(172만명)과 ‘드림’(112만명) 2편이었다. 200만 관객을 넘긴 건 1편도 없었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력”이라고 했다.

◇벌써 1000만 예약

한 마디로 ‘범죄도시’만 되고 나머지는 다 안 됐다. 다시 말해 ‘범죄도시3’만 관객 기대를 채워줬다는 얘기다. 관객 반응은 대체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예상했던대로다.” 뻔해서 재미 없다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게 다 나와서 만족한다는 말이다. 바로 이 점이 ‘범죄도시3’가 세 번 연속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범죄도시’가 어떤 영화인지 모르는 관객은 없다. 괴력을 가진 형사 마석도가 오직 주먹 하나로 나쁜 놈들을 응징한다는 것. 관객은 이 명쾌한 카타르시스에 열광했다. 이를 간파한 ‘범죄도시’는 무리해서 새로운 걸 보여주기보다는 기존의 장점을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

◇기다렸다, 이 쾌감

‘범죄도시3’ 역시 이 시리즈 특유의 쾌감을 만들어내는 데 철저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악 구도가 명확하고, 스토리는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쭉쭉 뻗어나간다. 새 빌런(villain·악당)이 극악무도함을 보여주고 마석도가 첫 번째 액션을 보여주기까지 걸리는 러닝 타임은 약 5분 정도다. 빌런이 두 명이어서 이야기가 복잡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쨌든 마석도는 주먹 몇 번을 휘둘러 손쉽게 악을 요리한다. 머리를 비우고 마석도의 힘에 감탄하고 환호하면 그만이다. 여기에 ‘범죄도시3’는 마석도의 주먹질에 더 크고 더 정교한 효과음을 넣어놨다. 관객이 이 시리즈에서 보고싶어 하는 게 마석도의 수사 능력이 아니라 타격감 좋은 액션의 짜릿함이라는 걸 정확히 알고 있는 연출이다.

영화계 관계자들 역시 ‘범죄도시3’ 성공 요인을 전작 두 편으로 쌓아놓은 관객의 신뢰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찾는다. 국내 제작사 한 프로듀서는 “애초에 관객은 이 시리즈에 대단한 작품성이나 수사물로서 정교함을 바라지 않는다”며 “거침없이 내달리는 마석도가 보고 싶을 뿐이고, ‘범죄도시3’는 이를 정확히 알고 구현해냈다. 매우 스마트하다”고 했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는 홍보 문구만 봐도 알 수 있다. 악당을 쓸어버리는 그 재미에 이 시리즈를 보는 것이고 ‘범죄도시3’는 그 임무를 만족스럽게 수행해냈다”고 말했다.

◇안 질린다, 이 유머

고감도 유머를 이 시리즈 성공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허점 많은 스토리의 약점을 ‘범죄도시’만의 코미디로 돌파해낸다는 것이다. 이 영화 총괄 제작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 마동석은 앞선 인터뷰에서 코미디 부분에 관해 “이 영화의 유머는 수도 없이 진행된 각본 회의 끝에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억지로 코미디를 넣는 게 아니라 관객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코미디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특정 배우 개인기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오래 회의하고 철저히 계산한 끝에 나온 유머이기 때문에 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최근 나온 영화 중에 ‘범죄도시3’만큼 관객 웃음이 자주 나온 영화를 보지 못했다”며 “액션 장면이 나오지 않을 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간을 이 영화만의 유머로 극복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범죄도시3’ 실관람평을 보면 “액션이 시원시원하다”는 평가와 함께 “많이 웃었다”는 식의 얘기가 많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 처음 등장한 코믹 캐릭터인 ‘초롱이’에 대한 언급이 잦은 것 역시 이 영화의 코미디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회전율 좋다, 이 러닝 타임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들이 영화 내적인 성공 요인이었다면, ‘범죄도시’ 시리즈 특유의 짧은 러닝 타임은 영화 외적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간단히 말해 ‘장사=회전율’이라는 기본 원칙을 정확하게 지켜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범죄도시3’ 러닝 타임은 105분. 최근 130분이 넘는 영화가 흔하게 나오는 것과는 대조되는 짧은 상영 시간이다. 100분 안팎의 영화는 1개 관에서 적어도 하루 8회 상영할 수 있다. 상영 시간이 길수록 상영 횟수도 줄어든다. 상영 횟수가 많으면 관객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건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관객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범죄도시’ 시리즈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일부 조정 과정을 거쳐 현재 포맷을 안착시켰다. 2017년 ‘범죄도시’가 처음 나왔을 때, 업계에서 나왔던 두 가지 지적 중 하나는 상영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잔인하다는 점이었다. 1편의 상영시간 121분,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였다. 이에 제작진은 상영 시간을 20분 가량 덜어냈고, 등급은 15세 관람가로 낮췄다. 그러자 관객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영화계 관계자는 “‘범죄도시’ 제작진은 가성비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걸 매우 영리하게 활용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점점 길어지는 다른 영화 달리 점점 짧아지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극장을 활용할 줄 아는 영화”라고 평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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