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질 결심’의 ‘해준’을 보고 있으면 이 역할에 적합한 배우는 박해일 외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단정하고 깨끗하며 정중한 이 캐릭터는 맑고 꼿꼿한 인상의 박해일과 꽤나 닮아 있다. 실제로 박 감독은 해준을 박해일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박해일은 대체 불가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지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박해일 특유의 디테일한 연기가 이 영화, 이 캐릭터에 정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헤어질 결심’은 그의 40대 대표작이 될 게 분명하다. 최근 박해일을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멜로 연기를 하는 기분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나이가 드니까 상대 배우를 받아들이는 품이 달라진 것 같아요. 품이 더 커졌달까요. 물론 20대 때도, 30대 때도 전 멜로 영화를 하게 되면 그 작품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하는 멜로 연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더 재밌어요. 제 나이에 딱 맞는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박해일에게는 이 영화를 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하나는 박찬욱 감독 작품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새로운 형사 캐릭터라는 점, 마지막 하나는 상대 배우가 탕웨이라는 것. “이전의 감독님 작품과 결이 달라서 더 좋았어요. 듣도 보도 못한 형사 캐릭터라서 호기심이 생겼고요. 그리고 제가 상대 배우로 만날 거라고 생각도 못 해본 탕웨이 배우와 함께하는 것도 좋았어요.” 그렇게 박해일은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기로 했다.
박해일에게 이 영화는 2019년 ‘나랏말싸미’ 이후 3년 만에 복귀작이라는 데 의미가 있기도 하다. 그는 데뷔 이후 1년에 한 편 씩 영화를 찍고 내놨다. 그게 그의 일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 주기는 깨지고 말았다. 그는 “참 난감하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그가 찍은 영화는 ‘헤어질 결심’과 ‘행복의 나라로’ 그리고 ‘한산:용의 출현’이다. 일단 3년 간 3편을 찍기는 했다. 이제 개봉만 기다리는 중이다. ‘헤어질 결심’은 이 3편 중 가장 늦게 작업한 영화였다. “다시 관객을 만나는 게 마치 다시 살아 숨 쉬게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간절한 표현을 쓸 정도로 좋아요.”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