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끝 또 터진 연니버스…연상호 ‘지옥’ 유의미한 전세계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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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4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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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 뉴스1
넷플릭스 ‘지옥’ © 뉴스1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으로 또 한 번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2016년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큰 흥행을 기록했던 ‘부산행’ 이후 오랜만에 감독으로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른바 ‘연니버스’로 오랜만에 흥행과 호평을 다잡아 의미를 더하고 있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등이 주연을 맡았고,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

넷플릭스 ‘지옥’ © 뉴스1
넷플릭스 ‘지옥’ © 뉴스1
‘지옥’은 지난 19일 공개 직후 하루 만인 20일, 드라마와 예능 등 TV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는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1일에는 ‘아케인’에게 정상을 내줬지만 22일 1위를 탈환, 23일에도 최고 순위를 유지했다.

지난 9월17일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전세계적인 신드롬급 인기 이후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K-콘텐츠인 ‘지옥’ 또한 그 후광을 어느 정도 입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오징어 게임’ 다음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은 물론,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역시 ‘오징어 게임’의 인기 속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만큼 ‘지옥’ 또한 ‘오징어 게임’의 수혜작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

‘오징어 게임’의 후광이 전제됐지만, ‘지옥’의 흥행에는 연상호 감독의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불리는 ‘연니버스’가 가장 주효했다는 평가다. 연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애니메이션부터 영화, 드라마까지 다채로운 커리어로 채워져 있다.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서울역’(2019) 등 애니메이션을 연출했고, ‘부산행’으로 실사 영화 데뷔에 성공하면서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부산행’으로 ‘K좀비’ 열풍을 이끈 데 이어 영화 ‘염력’(2018)과 ‘반도’(2020)도 선보였고, tvN ‘방법’(2020)을 집필하며 드라마 작가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넷플릭스 ‘지옥’ 스틸컷 © 뉴스1
넷플릭스 ‘지옥’ 스틸컷 © 뉴스1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매체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은 물론, 기존 감독들이 좀처럼 다루지 않는 독창적인 주제와 캐릭터를 선택해 창작자로서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행보를 이어왔다. ‘부산행’ ‘염력’ ‘반도’의 각본 및 ‘방법’의 극본까지 직접 참여하면서 작가로서의 커리어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창작자로서의 재능은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

‘부산행’ 이후 스크린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은 성적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으나, 연상호 감독의 도전은 계속됐다. ‘염력’(99만명)과 ‘반도’(381만명)의 흥행 성적은 기대 대비 아쉬웠고,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영화로 이어간 ‘방법: 재차의’의 관객수는 17만명에 그쳤으나, 연 감독의 지속적인 도전과 시도가 쌓이면서 ‘연니버스’는 더욱 확장됐고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색깔도 선명해졌다.

넷플릭스 ‘지옥’ 스틸컷 © 뉴스1
넷플릭스 ‘지옥’ 스틸컷 © 뉴스1
‘지옥’ 또한 연상호 감독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지옥의 사자에 대한 정체나 서사에 집중하지 않고, 이의 등장으로 인한 종교적인 관점, 인간들의 갈등과 사회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판적인 메시지를 드러낸다. 그간 연상호 감독은 ‘지옥’의 사자를 비롯해 좀비, 초능력, 무속신앙 등 초자연적 혹은 이상 현상을 과감하게 전개함으로써 이에 따른 인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판해왔다. 그 속에 판타지적인 설정과 캐릭터의 탁월한 이미지화, 장르적인 재미와 휴머니즘과 같은 신파를 더해 대중성도 다잡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지옥’은 연상호 감독이 형상화한 사자와 지옥, 그가 던진 종교적 화두를 통해 공포, 스릴러, 판타지의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 어둡고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데다 마니아적인 요소들로 호불호가 갈리는 여론 속에서도 넷플릭스 전세계 1위에 등극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연상호 감독의 독창성이나 유니크한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도 반영된 결과로, 그의 독보적인 색깔이 소구력을 지닌 것은 더욱 분명해졌다. ‘오징어 게임’의 후광이 일부 작용했지만, 독창성에 대한 갈증 또한 시청자들을 ‘연니버스’로 이끌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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