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속 한국형 좀비, 찢긴 살점·잿빛 피부… 한 명당 50분 특수분장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24일 06시 57분


좀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와 드라마가 해외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의 주역인 좀비들. 사진제공|넷플릭스
좀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와 드라마가 해외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의 주역인 좀비들. 사진제공|넷플릭스
■ 안무가 전영 씨·특수분장팀 황효균 대표가 말하는 ‘킹덤’ 속 한국형 좀비

일반적인 ‘서양식 좀비’와 차별화
부패 정도·계급 따라 디테일 강조
역동적인 동작으로 기괴함 돋보여


케이팝, 케이무비에 이어 이번엔 ‘케이(K) 좀비’다. 죽어도 죽지 않는 괴물, 좀비가 한류 콘텐츠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기차(영화 ‘부산행’)와 조선시대(넷플릭스 ‘킹덤’), 폐허가 된 도시(영화 ‘반도’)까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좀비의 새로운 무대는 이제 전 세계다. 해외 관객과 시청자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와 열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서양에서 건너 온 좀비가 새로운 한류주자가 된 것은 왜일까. 케이 좀비를 만든 주역인 안무가 전영 씨와 특수분장팀 ‘CELL’의 황효균 대표가 배경을 설명했다.

● “역동적인 케이 좀비, 귀신 같죠?”

2019년 1월 시즌1에 이어 올해 3월 ‘킹덤’ 시즌2를 본 대부분의 해외 시청자들은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놀랍도록 역동적인 좀비”를 꼽았다. 기존에 보아왔던 좀비보다 훨씬 빠르고 큰 동작으로 긴장감을 배가시켰다는 반응이 많았다.

극중 좀비들의 움직임을 만든 안무가 전영 씨가 해외 좀비들과 차별화를 꾀해 얻은 성과이기도 하다. 전 씨는 영화 ‘부산행’(2016), ‘킹덤’, ‘반도’ 속 좀비들의 몸짓에 관절을 활용한 댄스장르인 ‘본 브레이킹’을 접목시켜 기괴함을 더했다.

특히 ‘킹덤’에서는 정적과 움직일 때 차이점을 더욱 강조했다. 풍부한 동작들이 좀비의 역동성을 더 키울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좀비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서 있는 ‘휴지기’, 감염된 사람이 좀비로 변하는 ‘변이기’, 사람을 향해 뛰고 공격하는 시기를 세세하게 나눠 몸짓을 각기 달리 만들었다. 휴지기는 몽유병을 모티프 삼아 “한국의 귀신”을 연상하게 하고, 뛰는 모습은 “공격성을 높여 배고픔에 굶주린 좀비들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식이다.

그는 일주일에 1회, 총 6주 동안 좀비 역 연기자들에게 안무를 가르쳤다. 화면을 가득 채운 좀비 군단을 위해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1300여 명의 연기자들이 동원됐다. 그는 23일 “다이내믹한 한국형 좀비를 해외 시청자가 좋아해줘 뿌듯하다”며 “최근 좀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는 것도 기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촬영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촬영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 “좀비 분장? ‘서양식’ 따라 하기 싫었다”

‘부산행’과 ‘킹덤2’, ‘반도’의 특수분장을 맡은 황효균 대표는 “한국형 좀비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를 먼저 고민했다. “못 먹어서 움푹 팬 눈, 돌출된 치아와 눈썹 뼈를 가진 일반적인 좀비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을 피해야 했다.

황 대표의 선택은 ‘디테일의 차이’였다. 피부색, 혈관 같은 세세한 부분에 힘을 쏟았다. 움직임이 많아 카메라 앞에 배치되는 좀비들은 뺨, 손, 입가의 상처와 여기저기 부딪히고 넘어져 찢긴 살점들을 표현했다. 이를 위해 한 명당 40∼50분가량을 들여 일일이 분장했다. 좀비 떼가 나오는 장면에선 15명 이상의 특수분장사들이 동원됐다.

감염되기 시작한 이후 시간 경과에 따라 다른 부패의 정도, 인물의 생전 직업과 계급의 차이도 핵심 요소였다. 감염된 지 오래된 좀비는 잿빛의 피부 톤을 표현했다. 왕족이나 내시였던 좀비는 비교적 창백하게 만들었다. 좀비들의 생전 삶이 드러나도록 치아의 손상, 손끝의 살점이 떨어져나간 정도까지 세밀하게 설정했다. 덕분에 현실감 높은 케이 좀비가 탄생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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