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도망친 여자’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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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부문 초청 네번째 만에 감독상

홍상수 감독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열린 베를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후 함께 일한 이들과 영화제 측에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여배우들이 일어나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자 배우 김민희 서영화가 일어서서 같이 박수를 받았다. 베를린=AP 뉴시스
홍상수 감독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열린 베를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후 함께 일한 이들과 영화제 측에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여배우들이 일어나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자 배우 김민희 서영화가 일어서서 같이 박수를 받았다. 베를린=AP 뉴시스
홍상수 감독(60)이 영화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을 수상한 데 이은 한국 영화의 쾌거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두 번째로 2004년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이후 16년 만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은곰상 감독상에 ‘위대한 홍상수’라는 이름이 호명되자 객석에서 배우 김민희와 포옹을 나누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동행한 김민희, 서영화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던 플로리스트 감희(김민희)가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옛 친구 3명을 만나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인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홍 감독의 전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보다 기분 좋게 가볍다. 그 영화에서 말한 미래가 바로 지금”(버라이어티), “관계의 역동성과 성 역할을 성공적으로 다뤘다”(스크린 인터내셔널) 등 호평을 받으며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영화는 올봄 국내에서 개봉 예정이다.

홍 감독과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의 인연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밤과 낮’으로 2008년 베를린 영화제 첫 경쟁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년)로 초청됐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주연인 김민희는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뒤 트로피를 들고 배우 김민희(가운데) 서영화(오른쪽)와 함께했다. 화인컷 제공
홍상수 감독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뒤 트로피를 들고 배우 김민희(가운데) 서영화(오른쪽)와 함께했다. 화인컷 제공
홍 감독은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은 것에서 출발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며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를 만든 뒤 메시지나 의도가 생길 수 있지만 되도록 사전에 배제하려고 한다. 달콤한 사각지대에서 머무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은 이란 출신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이 개인의 자유와 독재정권의 위협을 소재로 만든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There Is No Evil)’에 돌아갔다. 라술로프 감독은 현재 정치적 이유로 이란에서 출국이 금지돼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에 출연한 그의 딸이 대신 수상했다.

감독상과 같은 은곰상 중 심사위원대상은 미국 엘리자 히트먼 감독의 ‘네버 리얼리 섬타임스 올웨이스’, 남우주연상은 ‘히든 어웨이’의 엘리오 제르마노, 여우주연상은 ‘운디네’의 폴라 비어가 받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홍상수#도망친 여자#베를린 영화제#감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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