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빵 키스, 용식-동백 장면 오마주…‘동백꽃’ 보며 웃는 사람들 덕분에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8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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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동백꽃 필 무렵’에서 부부로 나온 오정세와 염혜란. 오 씨는 “혜란 씨 덕분에 ‘국민 남동생’이 됐다”고 웃었다. 염 씨는 “홍자영 캐릭터의 인기는 8할이 작가, 2할이 정세 씨 덕분이다”고 했다. 프레인TPC 에이스팩토리 제공
KBS ‘동백꽃 필 무렵’에서 부부로 나온 오정세와 염혜란. 오 씨는 “혜란 씨 덕분에 ‘국민 남동생’이 됐다”고 웃었다. 염 씨는 “홍자영 캐릭터의 인기는 8할이 작가, 2할이 정세 씨 덕분이다”고 했다. 프레인TPC 에이스팩토리 제공
둘 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배우 오정세(42), 염혜란(43)은 나서길 좋아하며 군수를 꿈꾸는 규태와 이혼 전문 변호사인 냉철한 자영을 연기했다. 상극인 부부의 티격태격하는 ‘말맛’에 웃음을 터트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26일 만난 두 배우는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처음 호흡을 맞췄지만 이미 둘은 “마음이 열려있는 상태”였다. 오 씨는 10년 전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으로 무대에 선 염 씨를 만났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테드 창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 씨를 보며 염 씨는 “좋은 작품에서 만나길 기다렸다”고 했다. 염 씨는 ‘걸크러시’ 이미지와 다르게 여린 구석이 많았다. 촬영장에서 다시 찍고 싶다는 말도 잘 못하는 염 씨를 위해 오 씨는 제작진에게 “얘 다시하고 싶데요”라며 총대를 멨다.

“딱 한 번 다시 촬영해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정세가 옆에서 계속 도와줘 용기를 냈죠.”(염혜란)

오정세
의외로 애드리브는 적었다. 그만큼 대본이 “심하게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쏘리라굽쇼”, “왜 드리프트를 타떠(탔어)?” 등 규태의 우스꽝스러운 대사도 철저히 대본 그대다. 염 씨는 “배경음악(BGM)까지 쓰인 대본은 처음 봤다”며 웃었다.

“지문도 묵히기 아까워 대사화했어요. ‘(주먹을 쥐고 입술도 앙 물었네) 한대 치시것소?’가 원래 대본인데 지문까지 다 읊었죠.” (오정세)

그래도 오 씨는 간간히 애드리브로 장기(?)를 살렸다. 자영의 코를 잡고 “니가 먼저 했다”는 말은 용식의 대사였다. 그는 동백이 운영하는 술집 ‘까멜리아’ 입간판 문구(‘당신만을 사랑합니다’)가 문득 떠올라 거짓말 탐지기 앞에서 자영에게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긴장이 풀리자 둘은 종종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탄생한 ‘멜빵 키스’도 후드 끈을 잡아당기는 용식과 동백의 키스 장면을 ‘오마주’한 아이디어였다.

염혜란
역에 대한 몰입은 소소한 디테일로 이어졌다. 허세로 가득하지만 빈틈이 많은 규태를 연기하며 오 씨는 양말을 거꾸로 신거나 흰색 바지에 원색 속옷을 입었다. 중고거래사이트에서 대통령 경호실 글자가 박힌 시계도 구했다. 그는 “한 끗 차이가 쌓이다보면 더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선의가 모여 기적을 만든다’는 드라마 주제 때문일까. 유독 소소한 감동이 많았다고 한다. 7세 딸을 둔 염 씨는 집에서 드라마를 보며 펑펑 울었다. 그는 “엄마가 느끼는 정서를 너무 잘 담았다”고 했다.

“지하철을 탔는데 옆에 앉은 두 분이 ‘동백꽃…’을 보며 미소 짓더라고요. 행복했죠. 물론 저를 알아보진 못했어요. 하하.”(오정세)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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