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피해자 변호인 “방송 내용 수위 가장 낮은 것, 김기덕 끔찍한 행동 일삼아”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3월 7일 09시 50분


코멘트
사진= MBC ‘PD수첩’ 캡처
사진= MBC ‘PD수첩’ 캡처
영화감독 김기덕(58)과 배우 조재현 씨(53)의 성폭력 의혹을 다룬 MBC ‘PD수첩’ 방송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의 이명숙 변호사는 7일 “방송에 나온 내용은 피해자들에게 들은 얘기 중 수위가 가장 낮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날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제가 기억하고 있는 몇몇 가지 중에 단 한 가지라도 방송 나가면 모든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거다. 지금 있는 정도의 얘기들이 아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방송으로 할 수 없는 그런 말들과 끔찍한 행동들을 일삼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6일 방송된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피해자들의 구체적 증언을 공개했다. 여배우 A 씨는 김 감독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한 후 폭행을 당하고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B 씨는 김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입에 담지 못할 성적인 이야기를 듣고 자리를 뛰쳐나온 뒤 영화계를 떠났다고 했다. C 씨는 촬영 현장에서 내내 김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조재현으로부터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변호사는 방송 후 피해자들의 반응에 대해 “피해자 한 분과 어제 방송이 끝난 후 통화를 했는데 너무 너무 후련하고, 이를 일부라도 세상에 알려준 ‘PD수첩’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오늘 내가 생일을 맞은 것 같다’더라”며 “그동안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증거가 없다고, 너무 유명한 감독이라서 안 된다며 포기하라고 해서 좌절하고, 고소를 했지만 검찰이 너무 소극적으로 수사해서 울분에 가득 차 있었는데 일부라도 그 실상을 알릴 수 있어서 몇 년 간 쌓여 있었던 울분과 분노, 이 모든 체증이 내려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그동안 검찰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고 분노했다. 이 변호사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현장에서 김 감독이 손찌검을 하고 베드신을 강요했다며 지난해 김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 A 씨의 사례를 들었다.

A 씨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뫼비우스’ 대본 리딩 당시 김 감독이 다른 여성과 함께 셋이서 성관계를 맺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전화로 해고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부당 해고라고 항의한 A 씨는 촬영 현장에서 모욕적인 일을 겪고 영화를 그만둬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A 씨로부터 전해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같이 자자고 강요하는 걸 거부하고 나와 거기에 항의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김 감독이) 전화를 해 마구 화를 내고 사흘 뒤 영화촬영 현장에서 조재현을 시켜 뺨을 다섯 번이나 때렸다. NG내면서 일부러. 저희들은 ‘일부러’라고 본다”며 “그리고 자기(김 감독)가 뺨을 3대 더 때렸고 시나리오에 없는 신체부위 일부를 잡게 하는 것을 강요하고, 전라 샤워 장면도 추가 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A 씨가 강제추행치상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고,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고소기간이 지나 공소권없음으로 불기소 결정했다. 법원은 김 감독이 A 씨를 폭행한 혐의에 대해 지난 1월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 변호사는 “저희는 김 감독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일들이 있었다고 했지만, 검찰은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고 ‘강요해서 잠자리 요구했던 건 없었던 것 같다’고 판단하고 뺨 3대 때린 것만 벌금 500만 원에 처했다”고 분개했다.

그는 “김기덕 감독과 관련된 또 다른 여자 분도 있고 피해자들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성추행 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언론에 얘기하지 않고 고소 죄명에 넣지도 드러내지도 않은 채 몰래 고소를 했었다”며 “그런데 수사관이 폭행에 대해서조차 그렇게 관대하게 ‘고소되지도 않는 걸 왜 하냐’라는 식의 얘기를 해서 수사관을 바꿔달라고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조사부에 강제추행이 있으니 조사해달라고 했는데 ‘우리가 열심히 해서 문화계의 나쁜 관행, 악습을 끊어보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다 무혐의 처리를 했다”며 “대질신문조차 하지 않고, 명백한 증거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철저하게 조사를 했으면 좋은데 그게 없어서 피해자 분이 많이 속이 상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김기덕 감독과 관련된 영화촬영 현장이나 그 주변은 세 분처럼, 혹은 그 이상의 피해를 입은 여배우나 스태프들이 너무 너무 많을 거다. 이건 공지의 사실”이라며 “제가 영화 관계자들이나 다른 감독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다. 검찰이 정말 김기덕 감독을 단죄할 의지, 영화계 나쁜 관행을 바로잡을 의지만 있다면 인지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고소한 사실에 다른 여배우를 강간하거나 이런 내용도 나와 있는데 거기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라는 것 때문에 서둘러 벌금 500만 원으로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A 씨 측은 현재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해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가려 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이 변호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 항고를 했지만 항고조차 기각을 시켜서 재정신청해서 진행 중”이라며 “경찰이나 검찰이 김기덕, 조재현의 나쁜 범죄, 끔찍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수사를 시작할 것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정정보도문

본보는 2018. 6. 3. <김기덕 감독, 자신을 고소한 여배우 무고죄로 맞고소> 제목의 기사 등에서 ‘영화 뫼비우스에서 중도하차한 여배우가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위 여배우는 김기덕이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