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예능 ‘무한도전’ 사라지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7일 06시 57분


김태호 PD에 이어 정준하, 유재석, 박명수, 하하(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등 원년 멤버들이 하차 의사를 드러내면서 10여년간 ‘국민예능’으로 사랑받아온 ‘무한도전’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제공|MBC
김태호 PD에 이어 정준하, 유재석, 박명수, 하하(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등 원년 멤버들이 하차 의사를 드러내면서 10여년간 ‘국민예능’으로 사랑받아온 ‘무한도전’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제공|MBC
■ 김태호 PD 이어 유재석 등 원년 멤버들도 하차 결심…‘무도’ 존폐 위기

MBC 고위 간부까지 나서 설득작전
후임 제작진은 새 출연자로 기획 중
일각 “새 멤버·새 브랜드로 새 출발”


세대를 아우른 인기로 ‘국민예능’으로 평가받는 MBC ‘무한도전’이 격랑에 휩싸였다. 김태호 PD가 4월부터 연출을 맡지 않기로 한 가운데 유재석, 박명수 등 원년 멤버들마저 하차 의사를 밝히면서 ‘무한도전’이 존폐의 기로에 선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프로그램의 상징과 같았던 연출자와 출연자들이 모두 하차한다면 ‘무한도전’은 그 브랜드를 유지하기보다 새로운 출연자와 포맷에 맞는 새 이름으로 재탄생해야 하는 경우의 수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폭풍전야

‘무한도전’의 현재 상태는 폭풍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말 최행호 PD가 새 연출자로 발탁돼 작가진을 새롭게 구성하고 새로운 항해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지만,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 하하 등 원년 멤버들의 하차 소식이 6일 전해지면서 ‘무한도전’은 위기설에 직면했다.

MBC 측은 원년 멤버들의 하차는 결정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새로운 제작진이 새 멤버 영입을 위해 연기자 등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한도전’의 상황은 꼬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반응은 냉담하다. 김태호 PD와 원년 멤버들 없는 ‘무한도전’은 무의미하다는 반응부터, 멤버 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제작진은 원년 멤버들의 하차 의사를 철회시키기 위해 예능본부 고위 간부들까지 나서 설득하고 있다.

김태호 PD 하차와 원년 멤버들의 동요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가에 따르면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새롭게 꾸려진 예능본부 측이 ‘무한도전’의 새 단장을 위해 원년 멤버에 제시한 ‘변화’가 출연자들의 거부감을 샀고, 12년간 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쌓인 피로감도 컸던 상황에서 ‘휴식기’에 대한 갈증을 심화시켰다. 김태호 PD도 이미 오래전부터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한도전’ 시즌제를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프로그램 하차’라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2005년부터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김태호 PD. 사진제공|MBC
2005년부터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김태호 PD. 사진제공|MBC

● 갈림길

이제 관심은 ‘무한도전’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시청자를 만나느냐에 쏠려 있다. 현재까지 원년 멤버들은 3월 말까지 예정된 녹화에 참여하고 더 이상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최행호 PD가 새로운 출연자들을 물색해 프로그램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방송콘텐츠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무한도전’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바뀔 경우 굳이 ‘무한도전’이란 브랜드를 이어가기보다 새로운 연출자와 출연자들을 위해 다른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MBC 측은 하루빨리 ‘무한도전’의 방향과 색깔을 확정해야 하는 처지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10년 이상 ‘국민예능’으로 사랑받은 프로그램에 흠집만 남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최행호 PD에게도 부담이다. 새 프로듀서로서 책임감도 크고, 마니아 시청자들과 얼마나 소통하며 자기 색깔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눈도 많아졌다. 더욱이 아직 김태호 PD의 ‘무한도전’ 마지막 촬영일자도 결정되지 않아 최 PD가 공개적으로 제작에 나서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새로운 버전의 ‘무한도전’이 탄생하기까지 진통만 커져가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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