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원하는 건 잠자리”…‘흥부’ 조근현, 성추행 녹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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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2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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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흥부’ 촬영현장. 조근현 감독
사진=영화 ‘흥부’ 촬영현장. 조근현 감독
자신이 연출하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배우를 면접하는 과정에서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영화 '흥부' 조근현 감독의 당시 음성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2일 SBS funE 보도에 따르면 신인 여배우 A 씨는 2016년, 조 감독이 연출하는 뮤직비디오 여주인공 오디션에 참가했다.

당시 A 씨는 오디션이 오피스텔에서 단둘이 진행된다는 설명을 듣고 대화 녹음 애플리케이션과 단축번호 하나면 경찰이 출동할 수 있는 신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다.

A 씨는 대화내용을 녹음해 보관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최근 조근현 감독의 성추행 의혹 보도 이후, 그가 공식적인 사과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는데 불만을 갖고 오디션 당시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 파일에 따르면 조 감독은 A 씨에게 "내가 여배우 ▲▲▲과 사귀었다. 그런데 너무 답답했다. 교사나 하면 딱 좋을 보수적인 성격이었다. 그와 사귈 때 당시 영화 여주인공을 ▲▲▲으로 바꿔버렸다. 내 권력으로. 괜히 바꿨다. 그거 찍고 헤어졌다"라고 했다.

또한 조 감독은 확인되지 않은 유명 여배우들의 사생활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 감독은 "이 바닥은 본능이 강한 사람(여배우들)이 살아남는다. (중략) ◆◆◆은 보조출연자였는데 영화감독들의 술자리에 끼었더라. 그날 □□□ 감독을 자빠뜨려서 이후 작품에서 여주인공이 됐다. 연이어 대형 작품에 캐스팅됐고 그걸로 게임이 끝났다"라고 했다.

또한 남성 중심적인 영화제작 환경에서 여배우가 배역을 위해서라면 성적 어필을 해야 한다며 A 씨에게 태도를 고치라고 조언했다.

조 감독은 "연기를 하는 것과 캐스팅이 되는 건 완전히 별개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연기할 기회가 주어져 자기 매력을 드러내야 하고, 타인에게 보여주려면 기회를 얻어야 한다.(중략) 감독들은 다 똑같다. 남자의 어떤 지점을 건드려 줘야 하는데 저질 감독이든 세계적인 감독이든 다 똑같다. 남자들이 원하는 건 잠자리 아니겠나. 그 여지를 열어줘야 한다. 접근하기에 좀 더 쉽고 편한 표정과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모범적이고 단정하다"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조 감독과 1시간 넘게 오디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조 감독이 작품에 대해 언급한 건 5분 남짓이었다고. 나머지는 여배우들과 감독들의 사생활과 '여배우로서의 태도와 자세'에 관한 이야기였다.

A 씨는 "처음엔 '영화계 현실이 이런 건가'하고 듣다 보니 점점 내용이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 특히 여배우의 성적인 얘기만 해서 이상한 마음에 녹취 버튼을 눌렀다"라며 "며칠 동안 캐릭터를 고민하고 연기를 준비해갔던 뮤직비디오 연기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고 여배우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는 감독에게 성적 어필을 해야 한다는 조언에 '아 뭔가 잘못됐구나'를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한편 조 감독은 해당 오디션 성희롱 논란으로 영화 '흥부' 홍보에 전면 배제됐다. 이후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낸 뒤 국외로 잠적했다.

그럼에도 조 감독에 관한 '미투'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 배우 지망생도 오디션에서 조 감독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그가 추후 어떠한 입장을 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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