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보다 돋보인다…톱스타 악역 ‘흥행의 법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6시 57분


‘범죄도시’ 윤계상 ‘대장 김창수’ 송승헌
톱스타들의 첫 악역 도전…기대감 증폭
안성기·장동건 등 연기인생 전환점으로


영화 ‘범죄도시’가 추석 연휴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주연 윤계상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19일 개봉예정작 ‘대장 김창수’의 송승헌에 대한 기대도 작지 않다. 두 사람 모두 데뷔 이후 처음으로 도전한 악역 캐릭터의 강한 ‘매력’을 제대로 표현한 덕분이다.

사실 스크린 톱스타들에게 악역이란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권선징악의 스토리에 익숙한 관객에게 자칫 낯설고 의도하지 않은 이미지를 안겨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과잉 변신으로 비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도전은 아름다운 법.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도전해 성과를 거둔 배우들이 여기 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악역으로 출연한 안성기(왼쪽).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악역으로 출연한 안성기(왼쪽).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 안성기부터 송승헌까지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속 살인범 안성기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아역 연기자 출신인 그는 1970년대 말 스크린으로 돌아와 늘 선한 이미지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악역, 그것도 조연의 자리를 선택했다. ‘국민배우’의 변신은 성공했다.

그와 함께 장동건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새롭게 인정을 받은 뒤 2001년 ‘친구’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온전한 악역 캐릭터라기보다는 ‘안타고니스트’로서 유오성과 대립하며 스크린에 우뚝 섰다.

이병헌의 악역 변신도 빛났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창이 역할은 그가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과시한 캐릭터였다.

이병헌의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인물. 2010년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이다. 카리스마 강한 최민식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살벌하고도 잔혹한 이미지로 관객의 소름을 자아냈다.

이들의 ‘계보’를 잇는 ‘범죄도시’의 윤계상은 최민식 못지않은 잔혹함으로, ‘대장 김창수’의 송승헌은 냉혹함의 이미지로 자신들의 영역을 새롭게 넓혀 놓았다.

영화 ‘범죄도시’ 윤계상. 사진|스틸컷
영화 ‘범죄도시’ 윤계상. 사진|스틸컷

● 악역, 연기 인생의 새로운 전기

이처럼 흔치 않은 악역의 경험은 이들의 연기인생에 전환점이 되어준다. 데뷔 60년이 지난 안성기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장동건은 ‘친구’를 통해 “연기를 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또 흔치 않아서 더욱 연기하기에 힘겨운 것도 악역 캐릭터. 최민식은 ‘악마를 보았다’를 촬영하며 “정서적으로 뭔가가 쭉쭉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한 셈인데, 이병헌은 “악역은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낼까”를 걱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다시 배우들의 변신에 대한 목마름이라는 힘을 불어 넣는다. ‘범죄도시’의 윤계상은 “악역 캐릭터는 강하니 돋보일 수도 있다. 한 번쯤 악역으로 힘을 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대장 김창수’의 송승헌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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