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a model”

  • 여성동아
  • 입력 2017년 6월 16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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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모델의 뒤에는 그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장의 중심부에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델 산업의 개척자 ‘뷰티니스 스타’ 심하은 원장


축구 선수 출신 해설위원 이천수의 아내로 알려진 심하은(34) 씨는 패션 모델 출신으로 서울의 한 대학의 모델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얼마 전 뷰티니스 스타의 원장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뷰티니스는 뷰티와 피트니스를 결합한 신조어로, 뷰티니스 스타는 운동으로 다져진 좋은 몸과 모델로서의 애티튜드를 갖춘 이들을 선발하고 모델로 성장시키는 곳이다. 그가 발견한 모델 산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무엇인지 물었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자리를 옮긴 계기가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딸 주은이를 돌보면서 학과장의 업무까지 병행하는 것이 조금 벅찼던 것 같아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분명 보람 있는 일이지만, 제가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좀 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교수 재직 중 머슬 대회나 피트니스 대회에 무대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했는데, 그곳에서 이 선수들을 모델로 키워봐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침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대회 회장님께서 제안을 주셔서 자리를 옮기게 됐어요.

머슬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델을 하기에 너무 근육이 많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요. 근육이 큰 선수들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보기 좋은 근육과 보디 밸런스를 갖춘 선수들이 많거든요. 많은 분들이 ‘모델’이라고 하면 패션 모델만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스포츠 모델이나 피트니스 모델이라는 직업군도 있어요. 실제로 여러 스포츠 용품 브랜드와 언더웨어 브랜드에서는 이런 모델을 선호하고 있고요.

학교에서 모델 데뷔를 꿈꾸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셨을 텐데 그 친구들의 고민은 주로 뭐였나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죠. 모델학과에 진학한 대다수의 친구들은 ‘패션 모델’ ‘잡지 모델’만을 알고 온 학생들이 대다수예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키나 외모 등 노력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들에게 패션 모델, 잡지 모델 말고도 부분 모델이나 홈쇼핑 모델, 스포츠 모델, 피트니스 모델 등 다른 분야가 얼마든지 있다는 걸 이해시키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뷰티니스 스타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고, 어떤 분들이 찾으시나요.
요즘은 유승옥, 양정원, 예정화, 심으뜸, 정아름, 아놀드 홍 같은 분들이 대중에게 굉장히 큰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이분들의 공통점은 운동으로 다져진 아름답고 건강한 몸을 가지고 방송 활동을 하는 ‘스포테이너’라는 점이에요. 뷰티니스 스타에선 이런 분들을 발굴, 교육, 매니지먼트까지 하는 곳이에요. 일 년에 두 번 대회를 열어 프로를 선발하고 여러 브랜드들과 협업해 패션쇼 무대를 만드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막연하게 모델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주신다면요.
요즘은 시장의 눈높이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타깃 층에 맞춰진 특화된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죠. 그러니 모델이 되고 싶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러 시장을 파악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분야로 방향 설정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무턱대고 도전했다가는 괜한 상처를 받기 쉽지만, 방향성만 정확하다면 도전하기에 결코 늦지 않은 분야예요.

모델 엔터테인먼트의 전통 강호 박신의 에스팀 방송기획팀 이사


2003년 설립된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은 국내 모델 업계의 독보적인 회사다. 모델 지망생들 사이에선 ‘톱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에스팀에 들어가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 대한민국 대표 ‘모델테이너’인 장윤주, 송경아, 한혜진, 이현이 등도 이곳 소속이다. 지난 2015년 12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 그룹의 관계사로 영입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보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에스팀의 박신의(38) 방송기획팀 이사는 요즘 모델들을 스타로 만드는 일에 매진 중이다.

어떻게 하면 에스팀 소속 모델이 될 수 있나요.
이미 데뷔한 모델들을 영입하기도 하고,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새로 뽑은 친구들은 대개 에스팀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이에요. 아카데미에선 매년 5~6회씩 학생들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해 매 기수마다 2개월씩 교육을 시킵니다. 누구나 다 등록이 가능한 건 아니고, 아무래도 모델은 외형이 많이 부각되는 직업이다 보니 여자는 키 168cm 이상, 남자는 180cm 이상만 지원이 가능합니다. 연령도 15~25세 이하만 받고 있고요.

‘모델테이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에스팀은 ‘에스팀모델’과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나뉘어 있어요. 에스팀모델은 주로 전문 모델들이 소속돼 있고, 이 중 스타성이 있는 모델들은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전환해 활동하게 됩니다. 모델 아이린은 세계 패션위크 때 찍힌 스트리트 사진으로 유명해진 케이스인데, 그건 저희가 4년 전부터 기획한 방식이었어요. 에스팀에선 소속 모델의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외국어나 댄스, 연기 레슨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모델 스스로가 잘하고 있긴 하지만, SNS 활용법 같은 특강을 열기도 하고요.

이렇게 달라진 결정적인 계기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2006년에 에스팀에서 Mnet과 손을 잡고 〈 I am a model 〉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서 모델이 대중에게 친숙해졌고, 점차 사람들은 모델의 일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것이 SNS를 통해 폭발력을 갖게 됐죠. 잡지 지면이나 패션쇼 런웨이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모델의 모습은 이제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어요. 모델 개개인이 트렌드를 만들어가다 보니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도 모델들에게 러브 콜을 보내게 된 거죠.

요즘은 에스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채널도 다양한 걸로 알고 있어요.
일단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한 패션쇼를 직접 연출하고 있고, SNS 디지털 매거진인 〈 셀프 에스팀 〉이라는 채널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에스팀 TV’를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델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도 하고요. 피키캐스트나 딩고 같은 플랫폼 기업과 협업해 그곳에 에스팀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에스팀 소속 모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자체적으로 늘리고 있는 셈이죠.

에스팀 소속 모델들은 자주 모이는 편인가요. 모여서 무얼 먹는지도 궁금해요.
개인적인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다 모이긴 힘들지만 그래도 삼삼오오 그룹별 모임이 많은 것 같아요. 에스팀에선 1년에 한두 번씩 운동회를 열기도 해요. 모델이라고 하면 채식 위주로만 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곱창에 삼겹살, 조개구이까지 먹던걸요(웃음). 재밌는 건 시즌과 비시즌별로 메뉴가 달라진다는 거예요. 다들 프로라 중요한 스케줄에 따라 알아서 식단 관리를 하는 거죠.

모델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신체 조건은 기본이고 거기에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죠. 세계 남자 모델 랭킹 27위에 오른 박성진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저는 그게 과거에 서핑을 했던 경험이 토대가 됐다고 봐요. 도제식으로 배워서 익힌 것이 아니라 어떤 게 ‘멋’인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모델은 디자이너가 생각한 것을 이해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아티스트예요. 그렇기 때문에 패션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미술 등의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그걸 표현해내기에도 용이한 거죠.

사진 조영철 지호영 기자

editor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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