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금기어 ‘결혼·해체’ 이젠 옛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8일 06시 57분


가수 문희준과 크레용팝 소율-원더걸스-JYJ 박유천. 사진제공|코엔스타즈·JYP엔터테인먼트·동아닷컴DB
가수 문희준과 크레용팝 소율-원더걸스-JYJ 박유천. 사진제공|코엔스타즈·JYP엔터테인먼트·동아닷컴DB
“팬들에게 솔직하게” 공개 늘어
결혼에 대한 팬들 시선 달라져
에릭-나혜미 7월 결혼 벌써 발표

팬덤 없이는 ‘존재 의미’가 없는 아이돌 스타에게 연애는 위험하다. 스타를 향한 맹목적 추종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이돌 스타들이 연애 사실이 발각돼도 부인하는 이유도 팬심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어느새 연애를 넘어 결혼을 발표하는 현직 아이돌 스타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아울러 아이돌 그룹이 해체를 공식 발표하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해체는 팬들 입장에서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일이기에, 해체를 하게 되더라도 굳이 ‘해체’라 발표하지 않는 게 아이돌 시장의 상식이다. 아이돌 스타에게 ‘금기어’로 여겨졌던 결혼과 해체가 서서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룹 신화의 에릭(문정혁·38)이 연기자 나혜미(26)와 7월 서울의 한 교회에서 결혼한다고 SNS를 통해 17일 밝혔다. 석 달이나 남은 시점에서 결혼을 일찌감치 발표했다.

현직 아이돌의 잇단 결혼은 원더걸스 선예가 2013년 1월 현역 걸그룹 멤버로선 처음 결혼을 하면서 시작돼, 2014년 6월 유키스 일라이가 11살 연상과 혼인신고를 했고, 슈퍼주니어 성민은 2014년 12월 뮤지컬 배우 김사은과 결혼해 ‘유부남 아이돌’이 됐다. 급기야 2월엔 H.O.T 문희준과 크레용팝 소율이 결혼하며 최초의 ‘현역 아이돌 부부’가 탄생했다. 9월 결혼하는 JYJ 박유천은 군 복무 와중에 결혼 발표를 하는 ‘진풍경’까지 만들어냈다. 일라이는 심지어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하며 육아기까지 공개하고 있다.

‘해체’란 단어도 일반화하는 추세다. 과거엔 해체를 했으면서도 ‘기약 없는 휴식’ 등 모호한 표현으로 ‘해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시 뭉칠 수 있다는 여지를 두는 의미도 있지만, 마지막 남은 팬들의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작년 6월부터 포미닛, 레인보우, 투애니원, 원더걸스, 스피카 등은 굳이 ‘해체’를 발표했다.

이 같은 변화는 아이돌 문화가 20년을 맞으면서 팬들과 더욱 솔직히 소통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해체한 한 걸그룹의 소속사 관계자는 “팬들을 ‘희망고문’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예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스타가 육아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은 달라진 아이돌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창 활동 중인 아이돌 가수들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스타들의 이성교제나 결혼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관대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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