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다①] 유해진 “매일 달리는 배우? 맞다…달리고 또 달리고, 그게 인생 아닌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26일 06시 57분


배우 유해진에게 브레이크는 없다. 주연한 영화 ‘공조’가 연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닭띠인 그의 무대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사진제공|JK필름
배우 유해진에게 브레이크는 없다. 주연한 영화 ‘공조’가 연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닭띠인 그의 무대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사진제공|JK필름
■ 이번엔 영화 ‘공조’로 인기몰이 배우 유 해 진

노력 안하는 배우가 어디있나요?
‘삼시세끼’ ‘럭키’ 흥행…그저 감사할 뿐
먼저 다가온 현빈, ‘공조’ 편하게 촬영
등산·달리기는 내 삶의 원동력
외로워서 오르고, 술 깨려고 달리고…
촬영할때요? 그땐 더 달려야죠 하하


유해진(47)은 오늘도 달린다. 새해가 밝았으니 더욱 열심히 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고 있다. 뛰는 곳은 한강둔치나 경기도 일산 쪽에 점찍어 둔 그만의 ‘스팟’이다. 때로 사람들이 알아보지만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과 어우러지기 좋아하는 성격은 배우로 사는 그의 일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듯했다.

그런 유해진이 최근 몇 년간 ‘행운’을 맞고 있다. 2년 전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보여준 반전의 매력이 그 출발. 인기는 좀처럼 식을 기미가 없다. 지난해 10월 주연 영화 ‘럭키’를 통해 697만 관객을 동원한 뒤 새해에도 기세는 여전하다. 현재 상영 중인 주연 영화 ‘공조’가 빠르게 관객을 모으면서 또 한 번 흥행의 단맛을 보고 있다.

마침 올해는 그가 태어난 닭띠 해이기도 하다. 2017년 누구보다 웃을 일이 많을 것 같은 유해진을 ‘여기자들의 수다’에 초대했다. 무채색으로 색을 맞춘 의상에 페도라를 쓴 남다른 패션감각을 목격한 두 여기자가 놀라워하자 유해진은 쑥스러워 했다. 그날 아침 집에서 골라 입고 나온 옷이란다. 그러면서 “페도라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이동욱이 쓰고 나왔던데…”라고 덧붙이는 센스까지. 아직 보여줄 게 많은 유해진의 매력을 ‘여수다’에서 파헤쳤다.

- 신년에 토종비결 같은 것도 보나.

“절대 안 본다. 한 번도 본 적 없다. 성격이 그렇다. 처음부터 거리를 둔다. 사실 궁금하지 않다.”

- 누군가 ‘사주풀이’를 알려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먼저 자리를 뜬다. 하하! 나에 대한 말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그렇다. 듣지 않는 것이 훨씬 좋다.”

- 운세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행운의 연속이다.

“그러게 말이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한다. 어머님이 좀 일찍 돌아가셨다. 내가 한창 연극무대에 설 때까지만 보셨다. 영화로 넘어와서 점차 잘 되고 제대로 밥벌이하는 건 못 보셨다. 그래서 위(하늘)에서 지켜보면서 나를 도와주시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선 이런 상황이 올 수 있겠나. 혹여 어디서 상을 받으면 트로피와 꽃다발은 꼭 어머니의 사진 앞에 놓아두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 정도 밖에 하지 못한다.”

- 이번 명절에는 영화 ‘공조’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정말 큰 복이다. 내가 복 많은 놈이라고 여긴다. 하하! 마치 사람들이 짜고서 나를 밀어주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이젠 좋은 추억으로 남겨야지, 그만 안고 있어야지, 다짐한다. 또 다른 행운을 더 바랄 순 없는 노릇이니까. 새해다.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다.”

- 당신과 관련한 기사나 글에는 신기하게도 악성댓글이 없다.

“하하! 그러니 역시 운이라고 할 수밖에.”

- 노력의 결과를 대중이 공감하는 걸까.

“노력해온 건 맞다. 하지만 나만큼 남들도 그랬을 거다. 사실 모두가 그렇지 않나. 그러니 내가 나서서 ‘저는 특별히 더 노력했어요’라고 말할 순 없다. 20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어떤 배우는 60년 혹은 그 이상 연기한 분도 있다. 치열한 영화판에서 20년간 머무는 것도 힘든데 많은 분이 나를 좋게 봐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니 행복하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연극무대에서 출발한 유해진이 안정된 길만 걸은 건 아니다. 남들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 역시 ‘연기를 관둘까’ 고민하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자신을 찾는 제작진이 없을 때 그런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고 했다.

“우리 직업이 한 번 쉬면 오래 쉬게 된다. 일이 없고, 불러주는 사람마저 없으면 기약이 없다. 이 길이 맞는지, 여러 번 흔들렸다.”

그럴 땐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냥 버텼다. 대학로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버텨라, 무조건 버텨라!’ 그러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의미다. 단, 어떻게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 어떻게 버텼나.

“산에 다녔다. 집에 멍하니 있는 걸 워낙 싫어하니까. 산에 못 가면 가까운 공원에라도 가서 뛰었다. 이젠 습관이 됐다. 내 살 길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할 줄 아는 것도 연기뿐이고. 20대 때는 ‘서른 중반까지 어느 정도 돈벌이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른 중반에 와서 돌아보니 그렇게 하면서 지내온 것 같다. 그 뒤론 대체로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 ‘꼰대’인가, ‘아재’인가.

“아저씨지. 하하! 아니면, 아재와 꼰대를 섞은 꼰재? 꼰대 같기도 하고, 아재 같기도 하고.”

- 후배 배우들은 ‘대화가 잘 통하는 선배’라고 말하던데.

“에이. 나라고 뭐 다를까. 만약 직장생활을 한다면 부장 정도 됐을까. 나도 남들과 똑같았을 거다. 더군다나 나는 산을 좋아하잖아. 하하! 쉬는 날 산에 가자고 할지도 모른다. 아! 그러고 보니 후배에게 산에 같이 가자고 한 적이 몇 번 있다. 후배들도 속으로 싫었을라나. 그래도 산에 올라갔다오면 좋지 않나. 아닌가? 하하!”

말을 잇던 유해진이 느닷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더 나이 들어 꼰대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순간 허를 찔린 기분. 궁여지책 답을 생각했다. “그때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요?”라고 답하니, 기다렸다는 듯 유해진이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부장님들도 신입사원일 때부터 산에 가는 걸 좋아했을까. 나이 들다보니 산이 믿음직한 친구가 된 게 아닐까. 산에서 얻는 기쁨을 좋아하는 후배와 함께 느끼고 싶으니까 가자고 말하는 거다. 회식을 자주하는 이유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일 거다.”

그런 유해진을 따르는 후배 배우는 여럿이다. 나이도 불문. 빅뱅의 탑도 유해진의 팬을 자처한다. 영화 ‘공조’를 함께 한 현빈은 유해진을 두고 “배울 점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언어를 통해 상황을 전환하고 그에 적응하는 센스가 누구보다 탁월하다”고 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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