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이기심은 숙명?

  • 동아일보

에곤 쉴레 ‘자화상’
에곤 쉴레 ‘자화상’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에서 쉴레(1890∼1918)는 자신을 뒷바라지해줄 수 있는 집안의 아가씨와 결혼하기로 한다. 그러고는 동거하는 여인 발리에게 말한다. 곁에 있어 달라고, 당신이 필요하다고. 절망한 발리는 그를 떠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 징집된 쉴레를 혹여 만날까 기대하며 간호병에 자원했다 성홍열로 숨진다.

 쉴레의 작품들이 탄생한 과정이 하나하나 펼쳐지자 문득 오스트리아 빈에서 본 그림이 떠올랐다. 그때는 28세로 요절한 그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거친 듯한 특유의 선으로 이뤄진 에로틱한 그림들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영화를 보며 새삼스레 다시 확인한 건 예술가들의 숙명적 이기심이다. 영감을 주는 ‘에너지’(특히 사람)를 모조리 빨아들인 후 토해내야 하는 작업이 예술이기에.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 예술가들의 작업은 계속된다. 피카소, 고갱도 그랬다. 한편으론 궁금하다. 쉴레의 그림에 남아 영원의 생명을 얻게 된 여성들은 행복했을까.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에곤 쉴레#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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