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男과 女] ‘무설탕 사운드’ 가사가 귀에 쏙쏙 vs 호란의 ‘뇌쇄적 목소리’ 역시 최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2일 06시 57분


그룹 클래지콰이가 2년 만에 정규앨범 ‘트래블러스’를 발표하고 팬들과 음악 여행을 떠났다. 왼쪽부터 알렉스, 클래지, 호란.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그룹 클래지콰이가 2년 만에 정규앨범 ‘트래블러스’를 발표하고 팬들과 음악 여행을 떠났다. 왼쪽부터 알렉스, 클래지, 호란.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7집 ‘트래블러스’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클래지, 알렉스와 호란이 2년 만에 다시 뭉쳐 내놓은 앨범.‘트래블러스’(Travellers)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클래지콰이와 팬들이 오랜만에 떠나는 음악 여행이다.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클래지, 알렉스와 호란이 2년 만에 다시 뭉쳐 내놓은 앨범.‘트래블러스’(Travellers)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클래지콰이와 팬들이 오랜만에 떠나는 음악 여행이다.

블랙과 화이트,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남(男)과 여(女), 혹은 여와 남. ‘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 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보며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 ‘무설탕 사운드’ 가사가 귀에 쏙쏙


‘고급스럽다’.

클래지콰이 7집 ‘트래블러스’의 10개 트랙을 차분히 흘려보내면서 내내 떠올린 생각이다. 때마침 선선해진 공기와 가을의 풍경은 그 감상(感想)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롭고 감각적인 사운드 위에서 펼치는 알렉스와 호란의 부드러운 노랫소리는 세상에 대한 편안한 시선의 여유를 준다. 아이돌 음악을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없지만, 아이돌 음악에서는 결코 경험 못할 위무의 소리들이다.

클래지콰이는 일찌감치 우리 대중음악계에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매력을 소개한 선구자적 뮤지션이다. 이승기가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하기 한 달 전(2004년 5월), 세계적인 히트 장르인 EDM(일렉트로닉 댄스뮤직)을 선보였으니 10여년을 앞서간 이들의 감각은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이들이 지난 12년간 보여준 스타일이 ‘클래지콰이만의 독보적 사운드’로 진화했고, 이번 앨범에 10개의 트랙을 통해 ‘클래지콰이 사운드’라는 선명한 시그니처를 완성했다.

타이틀곡 ‘걱정남녀’는 언뜻 심심하게 들린다.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들과 클럽 애용자들이 좋아했던, 춤추고 싶은 욕망을 들쑤시던 클래지콰이 초기 음악과는 확연히 달리 들린다. 그러나 내공 깊은 고단자일수록 힘을 뺀다고 하지 않나. 가사에 집중하고 사운드를 느끼다 보면, 남녀간의 애정과 집착을 그린 노랫말에 공감하면서 자극 없는 사운드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걱정남녀’는 ‘트래블러스’의 타이틀곡이지만, 이 곡만을 듣고 앨범을 다 들은 것처럼 여기는 건 절대금물이다. 첫 트랙부터 순서대로 듣다보면 40여분의 힐링 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섹시하고 섬세한 가성이 매력적인 호란이 ‘야간비행’에서 들려주는 마성의 목소리도 신선하다.


● 호란의 ‘뇌쇄적 목소리’ 역시 최고

‘명불허전’, 클래지콰이다.

이들이 음악을 시작한 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데뷔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라고는 세 사람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 뿐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또 각자 솔로 활동을 펼치며 오랜만에 뭉쳐도 클래지콰이는 클래지콰이다. 2년 만에 발표한 앨범 속에는 그렇게 이들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익숙하고 소소한 일상이 음악과 함께 스친다.

인트로를 제외한 9곡의 수록곡은 앨범 제목에서 드러나듯 여행에서 느끼는 설렘을 전한다. 데뷔 당시 대중에게는 아직 낯설었던 일렉트로닉 팝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안긴 신선한 충격. 새로운 설렘은 바로 그것이다.

선 공개한 ‘#궁금해’는 타이틀곡으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클래지콰이만의 경쾌함이 돋보인다. 리듬을 타고 ‘#역시클래지콰이’ ‘#같이들을래’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친다. 타이틀곡 ‘걱정남녀’는 ‘사랑 타령’이라 하더라도 ‘클래지콰이가 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위트 있는 가사가 생동감 있는 멜로디를 타고 톡톡 튄다.

무엇보다 호란의 ‘끈적끈적’하면서도 뇌쇄적인 목소리가 반갑다. 담백한 목소리의 알렉스와 잘 어울려 더욱 그렇다. 파스타와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오이피클 같은 조합이랄까. 라운지, 라틴, 프렌치 팝, 펑크 등 장르에 대한 설명을 떠나 그냥 듣기 편하고 귀에 착 감기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앨범 재킷 표지에 그려진 명란젓(?)처럼 보이는 3명의 외계인과 떠나는 ‘음악 여행’도 즐겁다. 다만, 호란이 파격적으로 내건 1위 공약, ‘삭발’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 조금은 아쉽다.

● 평점 아이콘, 이렇게 갑니다.



●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 할까요 .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알쏭달쏭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