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비겁한 영웅…내가 홍길동에 빠진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일 06시 57분


이제훈은 전역 후 첫 영화로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을 택했다. 자신의 배역 ‘홍길동’에 대해 “사악하고 거짓말만 하는 사람도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은 전역 후 첫 영화로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을 택했다. 자신의 배역 ‘홍길동’에 대해 “사악하고 거짓말만 하는 사람도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탐정 홍길동’ 이제훈이 말하는 홍길동

악당같은 홍길동의 따뜻한 변신
조성희 감독 ‘독창적 세계’ 감탄
목표? 상남자로 보이는 액션물


2014년,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무렵 배우 이제훈(32)은 여느 남자들이 그렇듯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미래’를 향한 걱정과 부담, 제대하고 그럴듯한 작품에서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어느 때보다 신중했을 그 순간, 이제훈은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제작 영화사비단길)을 택했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까지 꼬박 2년이 걸린 영화가 4일 개봉한다.

당시 이제훈 앞에는 몇 가지 선택이 있었다. 여러 후보 중 왜 ‘탐정 홍길동’이어야 했을까.

“독창적인 세계에 빠져들었다. 조성희 감독이 과거 만들었던 ‘남매의 집’이나 ‘짐승의 끝’ 같은 독립영화의 팬이었다. 새로운 세계관이 놀라웠다. ‘탐정 홍길동’은 그런 독립영화의 확장판 같았다.”

이제훈은 대학생이던 2010년에 참여한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영화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상업영화의 구애를 받아 2012년 출연한 ‘건축학개론’으로 진가를 증명했다. 두 영화는 지금도 이제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하지만 ‘탐정 홍길동’으로 그의 대표작은 달라질 것 같다.

영화에서 이제훈은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탐정이다.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이름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사악하고 거짓말만 하는 사람도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는 그의 말처럼, 홍길동은 ‘선’보다 ‘악’에 가깝다. 영화는 광은회라는 거대한 조직을 마주한 홍길동의 활약을 감각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린다.

“홍길동은 체력도 약하고 비겁하고 자꾸 도망간다. 마지막 총격장면에서 홍길동의 행동을 좀 봐라. 하하! 원수의 두 손녀에게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주려고 하지만 서서히 변화한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늘 올바르지 않지만 어쨌든 홍길동은 ‘영웅’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 이제훈도 이에 수긍한다. “배트맨이나 슈퍼맨도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이겨내는 과정을 겪지 않나. 홍길동도 그런 영웅에 맞닿아 있다. ‘홍길동 비긴즈’라고 불러야 할,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다.”

그동안 출연한 영화 장르의 영향이 크겠지만 이제훈은 ‘강한 남자’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조금은 ‘약해’ 보이는 이미지도 있다. 이제훈은 그 이유를 “대중에게 알려진 ‘건축학개론’의 영향”으로 짚었다.

“이제는 ‘상남자’로 보이고 싶다. 본격 액션 장르, 깊은 사랑의 이야기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연기가 (삶의)전부”라는 이제훈은 올해 이미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3월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시그널’이 대표적이다. 이번 ‘탐정 홍길동’ 만큼이나 연출자의 영향력이 컸던 드라마다. 이제훈에게 ‘감독 복은 많아도 여배우 복은 없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밝고 통통 튀는 사랑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다. 연애? 음…. 2010년을 마지막으로 없었다. 물론 ‘썸’은 탔었다. 철저하게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오해는 말아 달라. 연기를 시작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아, 여유가 없었다.”

이제훈은 “친구처럼 편안한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직업이나 외모보다 “대화가 잘 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연애를 오래 안하다보니까 내가 누구와 사랑을 할지, 누구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지, 나조차 궁금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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